MB“民心 잘알겠다” 내곡동 포기… “黨心 따르겠다” 논현동 간다

MB“지지자들도 안타까워해”… 사저 계획 백지화
김인종 경호처장 사표… 민주 “김여사-아들 고발”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하고 퇴임과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김인종 대통령경호처장은 사저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 대통령은 이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내린 신속한 결정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의 강한 압박에 밀려 백지화를 수용하는 모양새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을 가속화하는 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저 문제를 폭넓게 들어보니 나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분들조차도 안타까워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의 아니게 사저 문제로 많은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게 돼 대단히 안타깝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전면 재검토를 해 달라”고 말했다고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 및 5부 요인과 오찬회동을 한 직후 한나라당 홍 대표를 30분가량 따로 만나 “논현동으로 가는 것을 포함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논현동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건의한 뒤 김 경호처장의 경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경호처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언론에 서면(브리핑)으로 공개한 이상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경호처 명의의 내곡동 땅은 매각한 뒤 국고에 귀속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결정과 무관하게 이날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 씨를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임 실장과 김백준 총무기획관, 김 경호처장, 경호처 재무관 등 4명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청와대 쇄신 차원에서 이 기회에 청와대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임시방편으로 넘어갈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