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홍준표 압박 승부수 통했다”… 민주 “백지화만으론 못 끝내”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논란과 관련해 여권 내에서 공개적으로 ‘전면 재검토’ ‘백지화’를 주장한 사람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다. 17일엔 이 대통령에게 직접 “논현동으로 돌아갈 것”을 건의했다.

대통령 사저 문제라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이처럼 강하게 나온 데는 나름대로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홍 대표가 이 대통령이 요구를 받아들일지에 관계없이 당에는 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청와대를 향해 각을 세우는 것 자체가 이번 사저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청와대와 당을 분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청와대와 당을 한데 묶어 “심판하자”는 야당 공세를 비켜갈 수 있다는 것. 이 대통령이 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런 효과는 극대화된다. 반면 청와대가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당이 청와대를 제대로 이끌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번 10·26 재·보궐선거에 패할 경우 나올 ‘책임론’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민주당은 다소 허탈한 분위기다. 민주당으로선 최고의 호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진솔한 사죄와 책임자 처벌 없이 실수, 오해라고 둘러대는 것은 국민 기망 행위다. 없던 일로 한다고 해서 위법행위가 없어지진 않는다”며 논란의 재점화를 시도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