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병이 로봇? 공업용 메탄올로 환부 소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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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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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체 불량소독약 납품… 방위사업청 2년동안 몰라

군이 공업용 메탄올이 섞인 불량 소독약을 납품받아 이를 장병들의 수술 부위 소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상천 의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군 의약품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2009년 3월 R제약㈜과 소독용 알코올 납품 계약을 했다. 군에서 사용하는 소독용 알코올 전량을 R제약이 납품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제약회사는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소독약에 사용이 금지된 공업용 메탄올을 7∼40%씩 섞은 뒤 이를 에탄올과 정제수로만 만든 것처럼 허위 표시해 납품했다. 에탄올은 kg당 1200원인 데 비해 공업용 메탄올은 kg당 500원인 것을 악용한 것. 공업용 메탄올은 페인트, 부동액 등 산업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으로 피부나 상처를 통해 체내에 흡수될 경우 시력 장애, 두통, 구토, 어지러움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방사청은 이듬해인 2010년 4월 납품 재계약을 했다. 올 2월까지 군에 납품된 불량 소독약은 총 3만2698병. 이 가운데 2만4810병이 군 의료기관, 각급 부대 의무대 등에 배포돼 장병들의 수술·창상 부위, 의료기구의 소독 등에 사용됐다.

방사청은 R제약이 2009년 9월∼2010년 6월 공업용 메탄올을 섞은 불량 소독약을 전국 병의원과 약국에 팔아왔다는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발표 뒤에야 실태 파악에 착수해 R제약이 납품한 소독약을 사용 중지 조치했다.

박 의원은 “군 병원이나 각급 부대 의무대에서 ‘소독약이 필요하다’고만 하면 내려보냈기 때문에 불량 소독약으로 인한 피해자는 집계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식약청 지정 검사기관이 발급한 시험성적서 확인 외에는 별도의 품질 확인 조치 없이 납품을 받는 현행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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