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2억 줬다”]박명기 캠프 관계자 “善意라니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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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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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후보직 매수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후보직 매수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취지가 ‘선의’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박 교수 선거 캠프에서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곽 교육감의 재산신고에서 금액의 차이가 나는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박 교수의 선거 캠프에 몸담았던 A 씨는 이날 기자에게 곽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자신은 산타인 거냐. 머리가 참 교묘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내용은 이미 여러 사람이 알고 있던 거다. 교육청 공보담당관이 사건이 터진 직후(26일) ‘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한 점 부끄러운 점이 없다’고 했는데 우스웠다. 교육을 교육으로 보지 못하고 무조건 이기려다 보니까 비도덕성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뒷돈 거래 의혹은 지난해 선거에서 박 후보가 돌연 후보에서 사퇴한 뒤 계속 제기돼 왔다. 예비후보에 가장 먼저 등록할 정도로 교육감 선거에 열성적이던 박 후보가 그냥 사퇴했을 리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곽노현 교육감, 이부영 교육위원, 최홍이 교육위원, 이상열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도 예비후보로 나섰다. 진보진영 후보가 5명으로 늘어나자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시민추대위는 곽 후보를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경선 과정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다”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그랬던 박 후보가 돌연 후보 사퇴를 선언한 것은 선거 2주 전(5월 19일).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 5000만 원을 내고 최종 후보 등록까지 한 뒤였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사회 원로와의 숙의 끝에 대승적 차원의 용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의 사퇴로 진보진영 후보는 곽 후보 혼자 남게됐다. 곽 후보는 후보 6명이 난립했던 보수진영 이원희 후보(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를 1.12%포인트 차로 이겼다. 보수진영에서는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게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박 교수가 기탁금도 보전 받지 못하는데, 곽 교육감이 보전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이번 사건이 박 교수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관련된 사람은 박 교수뿐이지만 선거를 도왔다는 명목으로 대가를 받은 사람이 또 있을 수 있다는 것. 교육계에서는 곽 교육감 당선 뒤 인사 등에서 편향성 논란이 있을 때마다 “선거로 얻은 ‘사람빚’이 많아 그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곽 교육감이 선거 직후와 올해 신고한 수입에서 약 10억 원이 차이가 나는 점도 주목된다. 선거로 38억2313만 원을 쓴 곽 교육감은 지난해 선거 직후 재산이 ―6억8000만 원이었으나 올해 신고액은 15억9815만 원이었다. 약 22억7815만 원이 늘어난 것. 선거비용 가운데 3억 원을 빼고 35억2000만여 원을 보전 받은 점을 고려해도 약 10억 원이 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많은 진보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선거를 도왔다. 이들에게 돈이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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