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사퇴]슬리퍼 차림의 吳 “살 집 구하러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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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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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이임식을 마치고 시청 서소문별관 앞 정원에서 시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이임식을 마치고 시청 서소문별관 앞 정원에서 시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맨발에 슬리퍼, 그리고 청바지와 티셔츠. ‘무상급식 전쟁’에 패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오세훈 시장의 26일 밤 모습이다. 이날 오후 7시 반 부인 송현옥 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오 시장은 다소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 ‘동네 아저씨’로 돌아가

이날 밤 오 시장은 사퇴 이후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듯 부인과 함께 혜화동 일대에서 새로 들어가 살 집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집을 구해야 방(공관)을 빼주는데 빨리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관용차로 이용했던 구형 에쿠스 승용차를 가리키며 “서울시로부터 저 차를 내일 중 반납하라고 통보받았다”며 가볍게 웃었다. 오 시장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으니 당분간 시장으로 일했던 5년을 차분히 되돌아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무상급식 전쟁’을 치르며 항상 긴장했던 표정과 달리 다소 여유를 되찾은 듯 기자에게 “여기서 기다리지 말고 전화 걸지 그랬느냐”며 안쓰러운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떠나는 오세훈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이임식을 마친후 고개를 숙인채 청사를 나오고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떠나는 오세훈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이임식을 마친후 고개를 숙인채 청사를 나오고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하지만 투표 이야기를 꺼내자 오 시장은 웃음을 거뒀다. 그는 “개표도 못했지만 ‘오세훈 복지’를 지지하는 분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느냐”며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서울시가 새 시장과 서민을 위한 맞춤형, 자립형 복지를 계속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 혼란 속 서울시는 대행체제로

지난해 7월 오 시장은 민선으로는 처음으로 재선 서울시장이 됐다. 하지만 시련은 그때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서울시의원 106명 중 79명(2명이 의원직을 잃어 현재는 77명)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그의 핵심 사업은 공세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말에는 한강예술섬 사업과 어르신행복센터 등 주요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시의회 불출석이라는 강수로 맞서기도 했지만 오히려 ‘의회 정치를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권영규 서울시장 대행
권영규 서울시장 대행
하지만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은 단순히 695억 원을 지원하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현금 살포 식 무차별 퍼주기 복지를 본격화하자는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올해 4월 미국 하버드대와 메릴랜드 주 방문 때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뜻을 분명히 하는 등 나름대로 ‘박근혜 대항마’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애썼지만 ‘무상급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의회에 사퇴서를 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법에 의거해 권영규 행정1부시장이 27일부터 재·보선이 치러지는 10월 26일까지 시장 권한대행을 맡는다. 권 부시장은 행정 전반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근무하라고 지시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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