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우데 러-北 정상회담 시종 화기애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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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열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은 오후 2시 경(이하 현지시각)부터 약 2시간 10분 동안 러시아 동부 부라티야 자치공화국 주도 울란우데 외곽의 '소스노비 보르(소나무 숲)'에 위치한 제11공수타격여단 영내 영빈관에서 열렸다.

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이 탄 차량 행렬이 오후 1시55분 경 회담장인 제11공수타격여단 영내로 들어가는 것이 취재진에 목격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북한에서 특별열차로 실어온 메르세데스-벤츠승용차를 타고 울란우데 시내를 관광한 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담장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내 관광에서 소비에트 광장에 있는 거대한 레닌 머리 동상을 찾아 머리를 숙였다. 레닌 머리 동상은 높이가 7m로 러시아에서 제일 큰 레닌 두상 조형물이다.

뒤이어 김 위원장은 울란우데의 중앙 체육관과 최근 건설된 드라마 극장, 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대형상점인 '메가티탄'에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날 이른 아침 울란우데에 온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 훨씬 빠른 오전 10시께 소스노비 보르에 도착했다.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전 공수여단에 새로운 군기(軍旗)를 수여하고 부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등의 일정을 보낸 뒤 영내 영빈관에 머물다가 김 위원장을 맞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995년식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승용차를 타고 회담장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항상 입는 밝은 베이지색 계통의 인민복을 입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청색 정장 차림에 하늘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으며 인사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만나서 반갑습니다. 10년 전에 처음보고 다시 만나는 것 같습니다"라며 역시 반갑게 화답했다.

이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예, 그게 평양에서였죠. 그때 방문의 따뜻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두 정상은 2000년 평양에서 열린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때 크렘린행정실 부실장 자격으로 푸틴을 수행했었다.

인사가 끝나고 단독회담이 시작되자 김 위원장은 "여기(울란우데)로 나를 만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사의를 표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여기도 우리나라입니다. 게다가 동반자, 이웃과의 만남에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지요"라고 답했다.

뒤이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중인) 며칠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획했던 것을 모두 보셨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 덕택에 아주 즐겁고 기분 좋은 여행을 했습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두 정상은 언론을 물린 채 본격 회담에 들어갔다. 이날 회담장 주변에는 연합뉴스를 비롯해 두 정상의 만남을 취재하려는 각국 언론들이 몰렸으나 러시아 당국은 크렘린 출입 기자단에만 취재를 위한 입장을 허용했다.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1대 1 면담 형식으로 진행된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길게 진행되고 있던 오후 4시께 제11공수타격여단 상공서 10여 명의 공수부대원이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동시에 사격 소리도 들렸다.

훈련 장면은 약 10분 동안 이어졌는데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공수부대원들의 낙하 시범을 관람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회담은 시작 후 약 2시간 10분 만인 4시 10분 경 끝났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회담 종료 이후에도 한동안 소스노비 보르에 머물다가 오후6시 30분에야 메르세데스 승용차를 타고 영내를 나왔다.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부내 내에서 어떤 일정을 보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회담장을 떠나며 차문을 열고 있었으나 도로에서 먼 통제선 밖에 서 있던 취재진이 얼굴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귀로에 어떤 노선을 택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현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거쳐 귀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침부터 울란우데 시내와 회담장인 소스노비 보르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는 10~200m 간격으로 경찰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으며 회담장으로 통하는 도로에서는 차량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일부 현지 주거민들은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도로 변에 나와 기다리기도 했지만 어떤 운전자들은 도로 통제로 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불만을 쏟아내며 경찰에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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