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상’ 선물하는 김정일식 충성 유도 통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9일 0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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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행위를 특징짓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덕정치'다.

인덕정치라는 용어는 1993년 1월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인덕정치가 실현되는 사회주의 만세'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처음 제시됐다고 한다.

북한은 인덕정치를 "수령이 사랑과 믿음으로 인민을 통치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인덕정치를 통해 김 위원장은 간부와 주민으로부터 더 확고한 충성을 확약받고, 간부와 주민은 김 위원장이 펼치는 인덕정치의 수혜자가 되는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1인 독재체제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행하는 인덕정치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주요 간부에게 선물을 주는 이른바 '선물정치'다.

고급 승용차와 명품시계, 고가 양주 등과 같이 북한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품을 김 위원장이 주요 간부에게 선물함으로써 이 간부의 충성심을 높이고 다른 간부들에게 충성 경쟁을 유도한다.

선물정치가 김 위원장이 주요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인덕정치의 대표적 사례라면 '생일상'은 주민을 상대로 하는 대표적 인덕정치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생전인 1992년 2월부터 생일을 맞은 모범일꾼에게 생일상을 보내왔다.

김 위원장이 보내는 생일상은 크게 사회의 모범이 되는 사람의 고희 등을 기념해 보내는 것과 100세를 맞은 노인에게 보내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주로 북한에서 '영웅' 칭호를 받았거나 '비전향 장기수' 등과 같이 북한사회에서 모범이 될만한 사람들의 70회나 80회, 90회 생일을 기념해 김 위원장이 보내는 선물이다.

간혹 85회 생일을 맞는 이들에게 생일상을 보낸 적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004년 5월3일 "김 위원장이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에게 85회 생일상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100세 장수 노인에게 보내는 생일상은 우리 정부가 매년 10월 초 '노인의 날'을 기념해 100세 노인에게 청려장이라는 지팡이를 선물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 등에서도 100세를 맞은 노인에게 대통령과 여왕 또는 총리가 축하 편지와 함께 선물을 보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100세를 맞은 주민에게 보내는 생일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에서 만성적인 경제난과 식량난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김 위원장이 보내는 생일상에 포함된 음식과 옷 등은 일반 주민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한 탈북자는 "육류와 과일, 사탕, 술 등이 생일상에 오르기 때문에 남한의 생일상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며 "다만 김 위원장이 내려준 것이기 때문에 음식을 먹기 전에 일종의 충성 서약을 하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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