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나눈 뒤… 시선 안 마주쳐 1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처음 출석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3일 오전 10시 20분경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기서 또 만나 뵙게 되네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박 전 대표는 “네, 네”라고 짧게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6월부터 재정위에서 활동해온 박 전 대표와 4·2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로 돌아와 재정위를 택한 손 대표는 이날 처음 같은 상임위에서 만났다. 사실상의 대선 정책대결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 박근혜 화두는 ‘사회보험’
박 전 대표는 이날 ‘4대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거론했다. 자신이 그동안 강조해온 사회안전망의 혜택이 절실한 대상으로 4대 보험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근로자를 꼽은 것이다. 3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당과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뒤 첫 화두로 ‘복지와 고용창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근로자와 영세사업자 모두에게 사회보험료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정책 우선순위를 고용과 일자리에 두겠다고 한다면 (사회보험료 감면 같은) 실질적인 보호책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로빈곤층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근로소득 세액공제보다 사회보험료 감면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이 노동비용에서 지출하는 법적 복리비 중에서 4대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99%를 넘기 때문에 보험료 감면이 영세사업자의 고용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1977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의료보험(현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한 데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이날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보편적 복지로 바뀌어야 한다며 “승자독식 사회를 지양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 역할과 간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고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두 대권주자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
이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예의를 갖췄지만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오전 10시경 회의장에 먼저 도착한 박 전 대표는 ‘손 대표가 새로 재정위에 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주 뵙게 되겠지요. 같은 상임위에 계시니까”라고만 말했다. 뒤이어 도착한 손 대표는 “9년 만에 재정위로 돌아왔다”며 “서민 삶의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눈 뒤엔 회의 내내 건너편에 앉은 상대방과 거의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날 질의순서는 당초 손 대표가 8번째, 박 전 대표가 9번째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 9번째, 손 대표 10번째로 변경됐다가 다시 조정돼 최종적으로 박 전 대표가 7번째, 손 대표가 10번째가 됐다. 의원들의 개인 사정으로 순서가 조정된 것이지만 두 사람이 연이어 질의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두 사람의 질의 때 답변에 나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 위원(의원)님’ ‘손 위원(의원)님’이라는 통상적인 호칭 대신 각각 “박 (전) 대표님” “손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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