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너무 엄격”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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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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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선택 자유 침해”… “예비 범죄자 취급”
“구체 제재규정 없어 실효 의문” 지적도

정부가 3일 내놓은 공직자 전관예우 근절 방안은 ‘규제 그물’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고 폭넓게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관’을 원하는 수요처에 대한 규제 방안이 없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 국민 눈높이 맞춘 사실상의 취업 금지

이번 방안의 핵심은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 업무 중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업무는 1년간 취급할 수 없다는 ‘1+1 쿨링 오프(Cooling Off)’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장차관이나 1급, 지방자치단체장, 공기업 기관장 등 고위급은 취업 승인을 받았다 할지라도 퇴직 후 1년간은 민감한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 전체 659개인 공공기관 중 기관장이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430여 곳은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러한 공공기관장 자리를 놓고 퇴직 예정인 고위공무원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규제 대상자의 행동을 심사할 공직자윤리위원회 민간위원을 5명에서 7명으로 늘리고 취업심사 내용과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기로 했다.

○ 실효성 논란과 대상 공직자 불만

이번 조치로 퇴직 후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거액의 연봉을 받던 사례가 완전히 사라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선 이를 어길 경우 제재 수위가 과태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는 알선 청탁에 대해 기존 형법 등의 형량에 맞춰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당장 돈이 오가는 등 직접 대가가 없다면 과태료 이상의 처분을 내리기는 어렵다.

고위 공직자들이 대학으로 옮겨 민간업체를 위해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제재 방안도 없어 ‘부실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56)는 “전관(前官)을 강하게 원하는 대기업과 로펌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법원이 보여 온 전관예우에 대한 판결 경향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법원은 취업 제한 공직자가 소속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 대부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인정해 취업제한 조치를 풀어줬다. 하지만 국민정서를 반영한 전관예우 근절 방안이 나옴에 따라 법원의 판결 태도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공직 사회에서는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중앙부처의 과장급 공무원은 “공직 전체를 예비 범죄자 수준으로 보는 것 같고, 여론에 밀려 과격한 정책이 나온 것 같다”며 “불만을 가진 퇴직자들이 헌법소원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현재 순환형 보직제로 운영되는 공직 인사시스템을 바꿔 전문성을 키워주고 퇴직 후에는 대학에서 연구, 강의할 수 있게 하는 보완책을 준비 중이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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