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새지도부 첫 정책의총, 감세 등 핫이슈 다뤘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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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명중 24명 자리지킨 ‘허무 의총’

한나라당의 새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30일 마련한 첫 번째 정책 의원총회가 싱겁다 못해 ‘허무 개그’처럼 끝났다. 추가 감세 철회 여부와 사법제도 개혁이란 빅 이슈를 다뤘지만 집권여당의 의원들은 슬금슬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의총이 끝날 때는 고작 24명이 남아있었다. 한나라당 소속 전체 의원 172명 가운데 13%만이 자리를 지킨 것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달 22일 기자들을 만나 “(감세 철회를 놓고 찬반) 두 팀으로 나눠 공개 토론을 할 것이다.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정책의) 큰 줄거리가 잡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난상토론을 통해 뭔가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얘기였다.

이날 의총의 출발은 무난했다. 11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감세 철회에 찬성하는 김성식 의원과 반대하는 나성린 의원이 각각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토론은 여기까지였다.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서 7명은 감세 철회에 찬성했고 4명은 반대하거나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토론이라고 하기엔 맥이 빠졌다. 대부분 상대방의 논리를 반박하고 자신의 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찬반 의견을 밝히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결국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더 많은 의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겠다”며 이날 의총을 마무리했다.

의총에 걸린 시간은 3시간 27분. 의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발언자도 23명에 그쳤다. 31일 당내 쇄신그룹인 ‘새로운 한나라’ 모임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정태근 의원은 전날 의총을 거론하며 “이건 정당이 아니다. 당이 위기라고 얘기하면서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전혀 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의원들의 무책임함에 있다는 증거”라며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에겐 의결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 무슨 설문조사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경필 의원도 “규율을 지키는 사람이 보상받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내년 4월 총선) 공천 경선 시 의총이나 당의 행사에 성실히 참여한 의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의총을 3시간 가까이 지켜본 한 초선 의원은 “이게 한나라당이구나 싶었다. 한나라당을 초식공룡이라고 하는데 너무 과분한 표현이다. 초식공룡은 움직이기라도 하지 않느냐. 한나라당은 식물”이라고 푸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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