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분산案’ 후폭풍]유치경쟁 나섰던 지역들 ‘5곳 5색’ 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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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앙(충청), 황당(대구), 빙긋(광주), 아쉬움(경기), 당혹(경남).’ 7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대전 대구 광주 세 곳에 분산배치하기로 한 정부안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유치경쟁에 나섰던 각 지역의 도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과학벨트 충청 유치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생각했던 충청권에서는 이날 하루 종일 격앙된 성명이 잇따랐다. 반면 ‘삼각벨트론’을 주장했던 광주는 내심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
○ “정권 불복종 운동 불사”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날 격앙된 표정으로 대전시청 기자실을 찾아 ‘정권 불복종 운동을 제안합니다’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권 대표는 “과학벨트위원회가 첫 회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분산배치를 건의했다는 것은 위원회가 청와대와 정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증거”라며 “이는 충청 홀대를 넘어선 노골적인 무시이자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과학벨트 사수 세종시대책위원회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보상으로 과학벨트를 활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을 스스로 뒤집었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과학벨트 분산배치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전국에서 과학벨트를 유치하기 위한 무분별한 경쟁으로 막대한 행정력과 국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충청권 입지가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향후 모든 책임은 정부가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황당한 대구 울산 경북


대구·울산시와 함께 유치활동을 해온 경북도는 정부의 분산배치 방침에 대해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을 분산배치한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이제 출발하는 연구기관인데 진짜 웃기는 짓이다. 이렇게 사정을 모르고 무슨 과학벨트를 추진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과학벨트는 연구 및 산업기반을 근거로 가장 적합한 한 곳을 선정해야 하는데 분산배치하는 것은 하지 말자는 뜻 아니냐”며 “특히 광주가 선정된 것은 완벽한 나눠먹기”라고 말했다.

○ 속으로 웃는 광주 호남권


그동안 줄곧 삼각축(벨트)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해 온 광주시는 이날 공식논평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정부의 분산배치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강운태 광주시장은 “광주 전남지역에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중이온가속기가 유치돼야 한다”며 “아울러 대구와 대전에 제2, 3 캠퍼스를 각각 분산배치하는 삼각벨트 방식이 가장 과학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강 시장은 “특히 광주 전남지역은 지반의 안정성과 용지 확보의 용이성 측면에서 다른 경쟁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현재 거론되는 타 지역은 3, 4월에도 진도 3에 가까운 지진이 발생했다”며 부적합성을 강조했다.

강 시장은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 독일의 막스프랑크 등은 이미 (과학벨트) 분산배치를 통해 성공을 이뤘다”고 말했다.

○ 아쉬운 경기

경기도는 그동안 유치전을 드러내고 벌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과천청사의 세종시 이전으로 과천시의 공동화가 우려돼 내심 그동안 과학벨트 중 일부 시설이 과천에 유치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되고 사실상 무마용으로 과학벨트 중 일부가 다른 지역으로 분산배치될 것으로 알려지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과천시 주민들은 최근 잇달아 대규모 시위를 열어 정부청사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경남 창원시는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기관에 항의서한을 보내고 항의방문을 해 창원을 배제한 과학벨트의 분산배치설이 나온 이유를 따지겠다는 계획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7일 과학벨트위원회가 처음 열려 입지평가를 시작하는 마당에 벌써 창원과 경기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곳에 과학벨트를 분산배치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흘러나온 데 대해 정확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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