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 완화’ 법안서 슬그머니 이름 빼는 의원들

  • 동아일보

4명 모두 “실무진 착오” 해명

당선무효 규정을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론의 비난을 받자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일부 의원이 뒤늦게 슬그머니 취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결같이 “실무진의 착오”라고 해명했다.

당선인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기준을 벌금 100만 원 이상에서 300만 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에는 대표 발의자인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외에 20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금권선거 등 잘못된 선거풍토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국민 정서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자 한나라당 이경재, 민주당 홍영표,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 등 3명이 법안 발의를 취소했다.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이 애초 법안 내용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는데, 실무진의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어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민감한 법안 발의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있었다.

홍 의원도 “내 결재 없이 담당 직원의 실수로 다른 법률안과 함께 서명했다”며 “당선무효 기준 완화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결정은 이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법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임 의원 측은 “현행 공직선거법이 너무 타이트하다(엄격하다)는 데 일부 공감하지만 실무진의 실수로 법안에 서명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들 의원실의 보좌진은 ‘법안 서명 전에 왜 의원에게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지난달 4일 발의된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참여했던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도 이 법안이 논란의 대상이 된 직후 법안 발의를 철회했다. 이 법안은 직계존비속(부모나 자식)의 선거범죄로 후보자가 당선무효 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 의원 측은 “당초 임 의원의 다른 법안에 서명한다는 것이 실무진의 실수로 잘못 서명하게 됐다”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철회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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