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印尼특사단 숙소 침입]국정원 “협상하자”→ 印尼 “신원 알려달라”→ 거부되자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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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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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시간만에 신고접수… 사건 재구성

16일 오전 9시 2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1961호에 정장 차림의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곧바로 호텔 복도 가운데쯤에 있는 아크마트 드로지오 보좌관(40)이 묵는 객실을 노렸다. 아크마트 보좌관은 인도네시아 특사단장인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장관의 측근이다.

인니 특사단이 오전 10시에 있을 이명박 대통령 예방을 앞두고 자리를 비운 특사단 객실에 잠입한 이들은 노트북 2대에 손을 댔다. 이들은 마침 출발하러 나갔다가 곧바로 객실로 되돌아온 아크마트 보좌관에게 현장에서 발각됐다. 침입자는 태연히 노트북 1대를 들고 나갔다가 아크마트 보좌관이 호텔 직원을 통해 항의하자 직원용 내부계단 쪽에 있던 이들은 아크마트 보좌관에게 노트북을 돌려준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들이 노트북을 들고 숨어 있던 2분가량을 포함해서 이들이 호텔 19층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시간은 총 6분이었다.

이 사건은 13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15분경 인니 주재 우리 국방무관(대령)이 남대문경찰서 태평로지구대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한국군 무관이 인니 국방장관을 인천공항에서 환송한 뒤 한국 주재 인니 무관과 함께 숙소인 롯데호텔로 돌아와 사건을 파악했다”며 “한국군 무관은 인니 무관의 요청에 따라 16일 오후 10시를 넘겨(오후 11시 15분경을 의미)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군 무관은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국방부도 사건 발생 닷새 만에야 상황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신고 직후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문제의 노트북 2대를 건네받고 지문 채취하는 등 현장 조사에 돌입했다. 21일 정부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특사단이 무려 13시간이 지난 후에야 신고를 한 것은 이 시간 동안 국가정보원 측과 협상을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하자 국정원이 인니 측에 “대화로 해결하자”고 제의했고 인니 측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인니 측은 “최소한 방에 침입한 사람들의 신원은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요구했고 장시간의 실랑이 끝에 국정원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결국 신고로 이어졌다.

경찰에 신고한 지 약 4시간 후인 17일 오전 3시 40분경 한 국정원 직원이 서울 남대문서를 찾았다. 이 직원은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남대문서 강력1팀장, 상황반장과 만나 인니 측의 최초 신고 내용이 무엇인지, 수사 상황을 물은 뒤 각별한 보안을 당부했다. 이 직원의 직책이나 관할지가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7일 오후 인니 특사단 측은 돌연 “노트북 내 어떤 정보에도 한국 측의 접근을 원치 않는다”며 조사를 거부했고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쓰고 노트북을 돌려받고 18일 출국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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