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는 대통령이 약속한 것, 원점 재검토땐 책임도 지시겠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박근혜, 국정현안 입 열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6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약속한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지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 시상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입지를 사실상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당시 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입지 문제는) 백지에서 출발하느냐’는 질문에 “똑같다. 법적으로 위원회가 새로 발족하니까 거기에서 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놓고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과학벨트는 충청권에 건설돼야 한다는 압박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 “신공항도 대선공약… 정부 발표 있을 것” ▼

박 전 대표가 정치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소득세 감세안에 반대한 뒤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들이 ‘대통령 책임’의 의미를 묻자 “과학벨트는 제가 결정권자가 아니다.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고 대통령이 국가 전체를 보고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있었다 해도) 기존 방침을 변경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과학벨트는 정치적 기준이 아니라 투명하고 객관적인 법적 절차를 거쳐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언급했다고 해서 이미 법에 의해 정해진 절차를 수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학벨트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과의 정치적 대결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다”라면서 “결정권이 없는 정치권이 나서 정치적 싸움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하려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선 “신공항 문제도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것”이라며 “정부에서 그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자신을 향해 과학벨트와 신공항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그는 되레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갈등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 제가 아니라 당 지도부가 먼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의 20일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개헌과 과학벨트, 신공항 문제와 같은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가닥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1일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의원의 본분은 법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먼저 법을 내놓고 논의해야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개헌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서 논의할 일”이라며 여전히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표는 바른언어상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안 할 이야기는 안 하고 할 이야기는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사회에나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도, 순화시키는 것도 말이다. (정치권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로 공격하고, 독설이 난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전 대표는 “1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정치발전과 정치개혁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결론은 정당개혁이나 법 같은 제도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치문화 발전이었다”고 강조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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