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2011 한국 유엔외교 20년]‘성년’ 맞은 유엔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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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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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11위 걸맞게… 북한 넘어 글로벌이슈 적극 참여를”

최영진 유엔 코트디부아르 담당 특별대표는 최근 코트디부아르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완성하는 일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가 승리했지만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이 이에 불복하면서 내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의 총책임자로 현지에 부임한 그는 유엔과 반기문 사무총장을 대리해 평화유지군과 민간요원 등 8000여 명을 이끌고 사실상의 ‘총독’ 역할을 하며 평화수호에 앞장서 왔다.

○ 한국 유엔외교 20년의 성과

최 대표는 1991년 9월 유엔에 가입한 한국의 유엔외교 20년이 배출한 ‘유엔 최고위급’ 인사 중 한 명이다. 현재 유엔본부와 관련 국제기구에서 국장급 이상의 고위급 간부는 반 총장과 최 대표를 포함해 모두 23명에 이른다.

전직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기 전 ‘옵서버’로 설움을 겪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 상황은 엄청난 변화”라며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 한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도 회원국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1983년 9월 1일 소련 전투기의 대한항공기 공격 사건으로 한국인 81명을 포함해 승객과 승무원 26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지만 당시 유엔의 ‘옵서버 한국 대사’는 이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할 수조차 없었다. 유엔 회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공식 회의에 참여할 수 없었고 총회가 열려도 본회의장 오른쪽 옆의 후미진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동서 냉전 탓에 정부 수립 43년 만에 북한과 함께 유엔에 ‘지각 가입’한 한국은 이후 20년 동안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유엔과 각종 부속기구를 뜻하는 ‘유엔체제’에 대한 재정적, 인적, 물적 기여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 앞으론 ‘질적 도약’ 필요

최근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중국과 북한의 반대로 좌절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이 유엔에서 국력에 합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양적 기여에 합당한 질적 영향력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유엔 내에서 세계 10위권의 ‘중견국가(middle power)’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그동안 한반도에 집중된 관심을 넓혀 글로벌 이슈를 제기하고 정책 대안을 내놓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수길 전 주유엔 대사는 “북한 핵 문제뿐 아니라 이란 핵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논의 등 글로벌 이슈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흥순 한국유엔체제학회 회장(선문대 교수)은 “외교부 중심의 외교를 탈피해 민관 협력 체제를 갖추고 학계에서도 유엔 전공자들을 더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학 고려대 교수는 “올해 재선 여부가 결정될 반 총장이 재직하는 동안 유엔을 통한 국격(國格)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며 “유럽의 변방 국가인 스웨덴이 다그 함마르셸드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1953∼1961년) 유엔 외교의 중심 국가로 도약한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민관 합동 기념행사 줄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계기로 지난해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외교부는 올해엔 ‘성인이 된 한국 유엔외교, 세 번째 10년(the third decade)을 향하여’라는 주제의 슬로건을 새로 내걸 예정이다.

외교부는 다음 달 9일 유엔 르완다독립조사위원회 특별자문관을 지낸 이신화 고려대 교수를 초청해 유엔 현장의 경험담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월례 유엔 공부모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7월에는 주요국 유엔 관계자와 유엔 사무국 관계자들을 초청해 국제회의도 개최한다. 아울러 한국유엔체제학회는 11일 모임을 열고 유엔 가입 20년과 올해로 5년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의 연임 움직임에 맞춰 다양한 학술행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반 총장도 전직 외교부 유엔 근무자들이 주축이 된 유엔협회와 인천시가 국내외 대학생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세계 모의 유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8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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