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다시 ‘强대强’]“南 역적패당”은 北군부 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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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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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도발 가능성 촉각

‘괴뢰 국방부와 통일부 패거리들을 비롯한 역적패당의 고의적인 대화 파탄 흉계’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을 우리와 연계시키려는 흉심’ ‘북남 회담사에 일찍이 있어 본 적이 없는 망나니짓’….

북한은 10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며 온갖 험악한 말을 동원했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대외적인 대화공세를 펴면서 사라졌던 ‘괴뢰’ ‘역적패당’ 등의 표현까지 다시 등장했다. 이에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의 사과 없이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남북관계는 ‘강대강(强對强)’의 대결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북한 군부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정부는 일단 남북관계 진전에 상당 기간의 냉각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북한 군부의 무력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 북한 군부, 열 받았나?


정부 안팎에서는 한때 ‘밤을 새워서라도 회담을 진행하자’며 고위급 회담 성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군부가 강력히 반발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내부적으로 승리라고 자축했던 군부 강경파가 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북-미 대화를 위해 남북대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외무성이나 남북대화를 통해 경제지원을 얻어야 한다는 통일전선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군부를 회담장으로 보냈지만 군부로서는 그 이상의 ‘굴욕’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군사실무회담을 먼저 제안한 일이 없던 북한 군부가 회담을 먼저 제안하고 나선 것도 사실은 자존심을 숙이고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군부 강경파는 외무성, 통전부와의 3파전 속에서 다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고 그것이 군사실무회담의 결렬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군부의 결렬 선언이 단순한 기선 제압용이 아니라 향후 남북 대결구도를 불사하겠다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북한이 다시 무력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김정은이 군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나온 움직임이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이었다”며 “북한이 내부 진통 과정에서 도발로 나서려는 움직임이 대미관계, 남북관계 개선보다 우선순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남측, 일단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남북대화가 난망하다는 판단이어서 당분간 남북대화는 소강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적십자회담 등 각종 채널의 회담 논의도 없던 일로 간주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계획이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지만 먼저 나서서 대화를 청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처한 식량난이나 그간의 대화공세를 볼 때 이대로 대화를 중단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협상전술 차원에서 회담을 결렬시켰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협상이라는 게 샅바 싸움인데 북한이 이번에는 샅바를 한 번 세게 잡아보려고 치고나간 것으로 본다”며 “이런 식으로 아무 것도 안 하고 끝낼 것이라면 회담에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모략극이라고 거친 표현을 쓴 것은 회담장을 철수하면서 벌인 심리전”이라며 “북한의 내부 식량사정이나 미국과의 관계 등으로 볼 때 다시 대화로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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