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쇠고기 악몽’ 씻고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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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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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최고위원 확정… “靑의 쇠고기협상 주역들 정치적 복권 의지”

20일 한나라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2008년 6월10일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주무장관으로서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떠밀려 발길을 돌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일 한나라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2008년 6월10일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주무장관으로서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떠밀려 발길을 돌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주인공’이자 ‘희생자’였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중앙정치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한나라당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전 장관을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의결했다.

▶본보 18일자 A8면 與, 지명직 최고위원 정운천-박성효 내정

정 전 장관은 여야 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물이다. 야당은 2008년 촛불시위를 거치며 정 전 장관을 ‘쇠고기 공적’으로 겨낭했지만 여권은 “광우병 파동의 억울한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장관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협상 당시 관계 부처 장관으로서 촛불시위를 벌이며 “광우병 쇠고기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와 야당, 일부 언론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그는 반대자와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거리로 나갔다가 이리저리 치이면서 “매국노” 소리만 듣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는 그해 7월 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결국 정 전 장관의 한나라당 최고위원 진입은 ‘광우병 파문’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정 전 장관이 최고위원으로 최종 결정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안상수 대표는 호남 몫 최고위원으로 정용화 전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그러나 당의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뒤 정 전 장관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은 민동석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10월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전격 발탁돼 ‘MB(이 대통령)식 인사’의 신호탄을 예고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참모 라인을 지휘했던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물러난 지 1년 4개월 만에 주중대사로 중용됐다. 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맹형규 전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옮아갔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집권 초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촉발된 광우병 파동 때문에 일을 잘하지 못했다는 억울함이 있다”며 “그래서 ‘미국산 쇠고기’라는 딱지가 붙어 고생한 사람들을 끝까지 챙겨 일을 하게 하는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즉 ‘쇠고기 인사의 복귀’는 촛불시위로 퇴색돼버린 한미 쇠고기 협상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촛불’로부터 정치적 복권을 시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호남에서 높은 득표를 한 데 대한 지역적 대표성을 부여한 것이지 쇠고기 파동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장관과 함께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충청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확정됐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와 김학원 전 의원 등을 요구했으나 상대적으로 계파 색이 엷은 박 전 시장으로 조정됐다. 박 전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 때 괴한에게 피습당한 박근혜 전 대표가 병실에서 “대전은요?”라는 질문을 던진 데 힘입어 판세를 뒤집고 승리했다. 또 이날 회의에선 공석인 정책위의장에 3선의 심재철 의원이 추천됐다. 정책위의장 인선은 앞으로 열릴 의원총회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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