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 해병 12명 포격당시 상황 담긴 수기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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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리면서도 사격… 죽어가는 문일병 차마 못봐”

“반장님은 얼굴에 피를 흘리며 외치는데, 귀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둥! 둥! 둥! 하는 포탄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뒤에선 불이 붙어 화끈화끈거렸다.”

해병대 연평부대 3포대 사수 정병문 병장은 지난달 23일 북한군의 포격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3포’를 부르는 목소리에 응답했다. 우리가 강하다는 걸 모두에게, 적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수동으로 방열하여 사격을 실시했다”고 회상했다.

해병대사령부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상황을 담은 연평부대 장병들의 수기를 14일 공개했다. 전투에 참가하거나 의무실에서 부상병을 치료했던 장병 12명의 수기를 간추린 것으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포반장 김영복 하사는 적이 쏜 포의 파편에 귀 옆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포반원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고 자동사격을 할 수 없게 되자 수동으로 사격에 가담했다. 그는 “맞고 당할 수만 없고 억울함과 분노가 차올라 신속히 포탄을 준비해 반자동임무로 사격에 가담했다”며 “솔직히 무섭기도 했지만 포반원을 살리고 싶었다”고 당시 심정을 적었다.

쏟아지는 북한군의 포탄과 함께 들이닥치던 부상 장병들로 ‘아수라장’이 된 의무실의 모습도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의무실의 이재선 하사는 “당시 의무실은 드라마에서 보던 처참한 전쟁 현장이었다. 부상한 동료 장병들의 환부를 찾아 군화를 벗겨 보니 담겨 있던 피가 쏟아졌다”고 썼다. 의무병인 강병욱 이병은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의무실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졌다.…전화벨이 계속 울렸고 환자가 생겼다는 보고가 계속 왔다. 어떤 해병은 흉부에 생긴 상처에서 장기가 보였다”고 회상했다.

고 문광욱 일병에 대한 기록도 있다. 강 이병은 “의식을 잃고 죽어가는 문광욱 일병을 봤다. 두려웠다.…그를 앰뷸런스에 싣는 동안 정말 괴로웠다. 살리지 못해서 차갑고 파랗게 변한 그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 자책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해병대사령부는 당시의 전투상황을 기록한 수기집을 발간해 장병 교육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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