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자’ 이회창 “사제단, 용기 있다면 북한이 순교할 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3일 1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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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13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진석 추기경의 최근 발언을 계기로 가톨릭 내부에서 벌어진 논란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의견을 냈다.

가톨릭 신자인 이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 추기경과 정의구현사제단(이하 사제단) 간의 논쟁은 그 주제가 4대강 사업과 남북관계인만큼 단순히 교회 내 갈등으로만 보아 넘기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먼저 정 추기경을 향해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반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정 추기경의 말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4대강사업의 타당성 여부는 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라는 부분도 동의하기 어렵다. 결과가 잘못된 경우에 다시 원상으로 돌이키기는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러나 사제단이 추기경의 발언에 대해 막바로 궤변이라고 비난성명을 발표하고 나선 것은 교회내의 이견과 갈등을 정치문제화하려는 의도적인 행위"라며 "사제단 소속 신부들은 사제단의 구성원이기에 앞서 신부 즉 사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제이면 사제답게 행동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사제단이 정 추기경을 비난하면서 '골수반공주의자 운운하고 비난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추기경의 비판발언에 대해 '미움이나 부추기는 골수반공주의자의 면모'라고 퍼붓는 사제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자신들이 바로 골수 친북주의자들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사제단이 표방하는 정의구현이 어떤 정의를 말하는지 묻고 싶다"며 "정말로 하느님 말씀과 정의를 위해 순교할 용기가 있다면 안방에서 활개치듯 안전한 서울광장 촛불시위에서나 앞장서지 말고 삭풍과 탄압이 휘몰아치는 광야로 나가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대들이 시위하고 소리칠 곳은 북한의 강제수용소 앞이나 탄압의 현장"이라며 "그곳에서 교회의 수장인 추기경을 성토하는 그 용기로 북한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는 김정일과 지도부를 성토하라. 사제들이 정말로 하느님 말씀과 정의를 위해 순교할 용기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순교할 자리"라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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