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靑, 2008년 박근혜도 불법사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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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 “C& 林회장 회동 여부 등 내사”… 朴 前대표 “사찰? 그런 얘기 많이 있었잖나”

민주당이 7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청와대 행정관에게 불법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2008년 (박영준 당시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 밑에서 일하던) 이창화 행정관이 박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한다”며 “(박 전 대표가 친박계인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의 안내로) C&그룹 임병석 회장의 누나가 운영하는 강남 다다래 일식집에 간 것이 사찰의 과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창화팀은 △이성헌 의원이 그 식당에 박 전 대표를 왜 모시고 갔는지 △거기서 박 전 대표와 임 회장 간의 회동이 있었는지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등을 알아내기 위해 여주인인 임성은 씨와 종업원을 내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제보받은 내용이라고만 밝혔으며 사찰 메모 등 근거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성헌 의원과 현재 구속 중인 임 회장은 전남 영광 동향 출신이다. 이 행정관은 국정원 출신으로 당시 국정원장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와 임 회장 간의 만남은 없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이 “일식집에서 C&그룹 임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임 회장이) 누구시냐”고 반문했다. 또 “민주당이 제기하는 사찰 의혹이 근거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내용을 잘 모른다”고, 사찰설 자체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많이 있었잖아요”라고 답했다.

이성헌 의원은 “(다다래) 일식집에 2007년 9월 박 전 대표와 함께 간 적은 있지만 임 회장을 만나지는 않았다”면서도 “사찰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 생각이지만, 우리 움직임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성헌 의원은 올 2월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친이-친박계 간 갈등이 심각했을 때 “박 전 대표에게 중진 스님을 소개해 같이 식사했는데 정부기관이 그걸 알고 스님에게 꼬치꼬치 캐묻더라”며 ‘박 전 대표 미행설’을 제기했다.

이석현 의원은 한편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원충연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이 2008년 후반기 개인수첩에 기록한 사찰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의원은 “이 수첩에는 정권이 쫓아내려는 공기업 임직원의 판공비, 노조 동향과 구성원의 성향, 휴대전화 도청 내용을 열람한 일, 누구를 밀어내기 위해선 누구를 압박해야 하는지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행위가 적혀 있다”고 말했다.

이 수첩에는 김근태 전 의원,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이철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과 노조에 대한 사찰 의혹이 포함돼 있다. 즉 △김 전 의원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을 그만두면서 복지부에 남겨둔 인맥 △이 전 사장의 경우 휴대전화 도청 내용을 열람해야 한다는 내용 △이 전 총재의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공작 내용 등이 담겨 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수첩에는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청와대 민정 쪽에서 조사하고 있어 2B 입장에서 조금 더 정확한 자료를 빠르게 조사해야 하고 이중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메모도 있는데 2B는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을 지칭하는 것 같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실상 청와대 실세의 사조직처럼 운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자신이 확보한 민간인 사찰 관련 서류에 대해 “여러 사람이 나눠서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상당히 많아 쉽게 소각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라며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공개할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 이외에 다른 인사에 대한 사찰에 대해서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동아논평] 민간인 사찰 재수사해야
▲2010년 11월4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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