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숨막히는 남북관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받을 건 다 받고 포 쏘는 北 이중전술 규탄” 대북감정 최악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올 8월 이후 잠시 회복되는 듯했던 남북관계는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번 도발로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인 연평도 주민들까지 피해를 본 사실에 국민의 대북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과 이에 대한 정부의 5·24 대북 조치로 남북관계는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전면 단절됐었다. 하지만 올해 8월 중순 북한의 신의주 지역 등에 집중된 수해 피해를 계기로 남북관계는 회복되는 추세였다. 남측이 수해 지원을 제의하고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남북 당국 간 공식 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이는 55호 대승호 석방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로 이어졌다.

남북관계의 회복엔 6월부터 물밑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남북 당국 간 비공식 접촉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체제유지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와 남한의 국가정보원 등 정보 당국의 비밀 접촉에서 남북한은 천안함 사건의 해결과 남북관계 정상화의 길을 모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월 이후 관계회복 국면에서 남북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등 당국 간 공개 접촉이 이뤄진 것도 비밀접촉의 결과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북측이 천안함 폭침사건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등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남측의 요구를 무시하고 대신 연간 이산가족상봉 3, 4차례 정례화의 대가로 쌀 50만 t과 비료 30만 t,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만 추구하면서 당국 간 대화가 다시 난항에 부닥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군사적 도발과 대화 제의를 반복하며 남한의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때리고 어르기’식 이중전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북한은 25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 있는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적십자회담을 개최하기로 약속한 상황에서 돌연 군사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2009년 이후 상반기에는 군사적 도발을, 하반기에는 정상회담 등 대화 제의를 하는 등 6개월 주기의 이중전략 패턴을 보였다. 북측이 올해 6월부터 남북 당국 간 비밀접촉을 제의해 왔다고 보면 10월까지 5개월 동안의 짧은 대남 유화기를 정리하고 다시 무력 공세로 돌아선 셈이 된다.

이번 사건으로 대북 협상파들의 입지는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1990년대부터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개발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번 사건으로 체제 생존을 위해서는 남한 민간인의 대량 살상도 감행할 수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당분간 반북한 정서가 강화되고 북한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북한의 도발을 단호히 규탄하며 이명박 정부에 북한이 도발한다고 해서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포기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