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400여명 어선으로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죽겠다 생각에 맨몸으로 배 올라타”

대건호를 타고 연평도를 떠난 주민 67명이 23일 오후 8시 50분경 인천 연안부두에 내리고 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대건호를 타고 연평도를 떠난 주민 67명이 23일 오후 8시 50분경 인천 연안부두에 내리고 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23일 북한의 무차별 포격이 시작된 이후 잠시 몸을 피했던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이 대탈출을 감행했다. 군 통제도 이뤄지지 않아 어민들은 아비규환의 섬을 뒤로한 채 10∼60명씩 한 배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8시 50분경 인천 연안부두 유람선 나루에 닿은 어선 대건호. 연평도 주민 67명이 포격 당시의 악몽에 휩싸인 모습으로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김영미 씨(51)는 “집 바로 앞에서 포탄이 터져 당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며 치를 떨었다. 그는 남편과 조카를 두고 먼저 섬을 빠져나왔다.

선원의 부축으로 가까스로 배에서 내린 한 할머니는 “아이고” 하며 통곡했다. 이 할머니 팔에 안긴 강아지는 부들부들 떨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꽃게잡이 어선 ‘2002 명랑호’에도 연평도 주민 20명이 타고 있었다. 연평도 남부리 주민 안모 씨는 “잠이 들었는데 ‘꽈광’ 하는 소리가 나 밖으로 뛰쳐나가 보니 바로 앞 여관이 폭삭 주저앉았다”며 “여관집 주인과 손님의 생사를 모른다”고 전했다. 안 씨는 가족을 데리고 무조건 바다로 도망쳤고 바닷가에 있던 사람들과 어선을 타고 섬을 빠져나왔다.

이날 연평도를 탈출한 어선 중 조창열 씨(55)가 몰고 온 9.7t 어선이 연안부두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 배에는 모두 12명이 타고 있었다. 조 씨는 “대피소에 2시간가량 있었는데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군경이 보이지 않았고 통제하지 않아 오후 4시 반경 연평도를 출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평도 주민 1700여 명 가운데 섬을 빠져나온 주민은 400명가량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해경 경비정의 안내를 받아 4시간가량 격랑을 헤치고 무사히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연안부두에 나와 이들을 포옹하며 위로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서둘러 연평도에서 몸만 빠져나왔기 때문에 매서운 바람에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또 마땅히 쉴 숙소가 마련되지 않아 우왕좌왕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동영상=공포에질린 연평 주민들 밤늦은 피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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