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리실, 하드파괴 장비 수시로 사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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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노후PC 폐기용… 상당수 부처 설치”

민간인 사찰을 저지른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하드디스크 영구 파괴 장비인 ‘디가우저’를 이용해 수십만 건의 사찰 문건을 삭제했다고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8일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우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실이 2006년 5월 25일 K사로부터 1672만 원에 디가우저를 구입했으며 이 장비가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찰을 본격화한 2009년부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총리실의 디가우저 사용일지가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7월 8일 23건과 같은 해 8월 5일 10건, 올 8월 11일 21건 등을 삭제(총 삭제용량 4894.9GB)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임채민 총리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디가우저는 정부의 보안업무지침(정보시스템 저장매체 불용처리 지침)에 따라 총리실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등 상당수 부처에 설치돼 있다”며 “이는 PC를 폐기처분할 때 보안에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기 위한 것이며, 사용하면 일지를 자세히 적게 되어 있고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실장은 “관청에서는 4년 이상 사용한 PC가 폐기 대상이 된다. 2008년 7월 창설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디가우저를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우 의원이 제시한 디가우저 사용 내용은 총리실의 다른 부서에서 사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총리실에 디가우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내용을 제출받아 조사해 봤으나 사찰 증거를 인멸하는 데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이 디가우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원관실 장모 주무관 등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총리실 직원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디가우저(Degausser) ::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저장 장치에 강한 자기장을 쏘이는 방법으로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장치. 데이터를 지우긴 하지만 나중에 복원이 가능한 유틸리티 프로그램인 ‘이레이저(Eraser)’와 달리 디가우저는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파괴하기 때문에 복원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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