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을 저지른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하드디스크 영구 파괴 장비인 ‘디가우저’를 이용해 수십만 건의 사찰 문건을 삭제했다고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8일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우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실이 2006년 5월 25일 K사로부터 1672만 원에 디가우저를 구입했으며 이 장비가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찰을 본격화한 2009년부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총리실의 디가우저 사용일지가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7월 8일 23건과 같은 해 8월 5일 10건, 올 8월 11일 21건 등을 삭제(총 삭제용량 4894.9GB)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임채민 총리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디가우저는 정부의 보안업무지침(정보시스템 저장매체 불용처리 지침)에 따라 총리실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등 상당수 부처에 설치돼 있다”며 “이는 PC를 폐기처분할 때 보안에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기 위한 것이며, 사용하면 일지를 자세히 적게 되어 있고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실장은 “관청에서는 4년 이상 사용한 PC가 폐기 대상이 된다. 2008년 7월 창설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디가우저를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우 의원이 제시한 디가우저 사용 내용은 총리실의 다른 부서에서 사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총리실에 디가우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내용을 제출받아 조사해 봤으나 사찰 증거를 인멸하는 데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이 디가우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원관실 장모 주무관 등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총리실 직원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디가우저(Degausser) ::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저장 장치에 강한 자기장을 쏘이는 방법으로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장치. 데이터를 지우긴 하지만 나중에 복원이 가능한 유틸리티 프로그램인 ‘이레이저(Eraser)’와 달리 디가우저는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파괴하기 때문에 복원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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