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저격수 이혜훈, 국제통화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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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포함 與의원 38명에 “국감 잘했다” 일일이 문자
의원들 답례전화 쇄도… 친이-친박 관계변화 상징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27일 출장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서울의 보좌관으로부터 “빨리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보시라”는 전갈을 받았다.

이날 이 의원의 휴대전화에 ‘대통령 이명박’으로 발신자가 되어 있는 문자메시지가 2차례 들어와 보좌관에게 발신자 확인을 지시해 놓고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 보좌관은 “문자 발신자에게 전화해 보니 귀에 익은 목소리로 ‘저 이명박입니다’라고 하기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고 보고했다.

잠시 후 이 의원이 문자 발신번호로 국제전화를 걸자 실제로 이 대통령이 직접 받았다. 3∼4분 이어진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국정감사 참 잘했다. 의정활동 잘 보고 있다”며 격려했고, 이 의원은 “참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친박(박근혜)계인 이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으로 ‘이명박 저격수’ 역할을 맡았다. 당시 논평 때문에 이명박 캠프로부터 2차례나 형사고발을 당했던 구원(舊怨)이 있다.

이 대통령의 국감 활동 치하 문자메시지 발신이 계기가 된 이날의 통화는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대통령은 이 의원 외에도 역시 친박계인 구상찬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 37명에게 26, 27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앞서 26일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서 ‘국정감사 우수의원’을 보고받았고, 저녁 무렵 관저로 돌아와 국회TV를 시청하며 △대안 제시가 좋았다 △정책 자료집이 충실했다는 등의 개인별 격려 문구를 느릿느릿 직접 입력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도 ‘엄지족’(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보내기를 즐기는 사람)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의원들의 답례 전화가 쇄도하는 바람에 28일 오후 베트남 출국을 앞둔 이 대통령은 결국 전화를 꺼둬야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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