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정두언 최고위원이 오늘 회의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부자 감세 철회를 요구했다”며 “당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위가 부자 감세 철회를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나라당이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특히 일부 언론을 통해 한나라당이 감세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는 식으로 알려지자 여권은 이를 해명하느라 하루 종일 진땀을 뺐다.
배 대변인은 오후에 다시 기자들을 만나 “회의가 다 끝난 뒤 안상수 대표가 사석에서 이종구 정책위 부의장에게 (정 최고위원의 자료를)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며 “안 대표는 이 보고서가 나오면 공식적인 검토 여부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전 발표 때와는 달리 감세 정책 철회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당 차원에서 할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정부는 서둘러 감세 정책 철회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침에 깜짝 놀라 안 대표에게 확인해보니 (안 대표가) 엄청 화를 냈다”며 “최고세율 인하는 이미 2년간 유예한 만큼 내년쯤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부터 소득세율을 일괄적으로 1%포인트씩 낮추려 했으나 민주당 등 야권이 고소득층에도 세율을 낮춰주는 것은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자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금액)이 8800만 원을 넘는 경우 소득세율은 2년간 현행(35%)대로 유지키로 했다.
정 최고위원은 세수를 늘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야당의 ‘부자 감세’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2012년 이후에도 최고세율을 낮추지 말고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 시점에서 감세 철회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경제통 의원은 “부자 감세 정책은 시행도 하지 않았는데 이 문제를 꺼내면 오히려 야당에 정쟁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이날 “국가의 세제 정책을 놓고 하루에 오락가락 입장을 바꾸는 것은 도무지 집권 여당의 모습으로 볼 수가 없다”며 “친재벌, 친부자 정당임을 커밍아웃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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