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부자감세 철회’ 혼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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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검토”→오후엔 “브리핑 착오”… 정부도 “검토 안해” 선그어

한나라당이 27일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감세 정책을 놓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정두언 최고위원이 오늘 회의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부자 감세 철회를 요구했다”며 “당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위가 부자 감세 철회를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나라당이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특히 일부 언론을 통해 한나라당이 감세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는 식으로 알려지자 여권은 이를 해명하느라 하루 종일 진땀을 뺐다.

배 대변인은 오후에 다시 기자들을 만나 “회의가 다 끝난 뒤 안상수 대표가 사석에서 이종구 정책위 부의장에게 (정 최고위원의 자료를)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며 “안 대표는 이 보고서가 나오면 공식적인 검토 여부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전 발표 때와는 달리 감세 정책 철회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당 차원에서 할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정부는 서둘러 감세 정책 철회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침에 깜짝 놀라 안 대표에게 확인해보니 (안 대표가) 엄청 화를 냈다”며 “최고세율 인하는 이미 2년간 유예한 만큼 내년쯤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부터 소득세율을 일괄적으로 1%포인트씩 낮추려 했으나 민주당 등 야권이 고소득층에도 세율을 낮춰주는 것은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자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금액)이 8800만 원을 넘는 경우 소득세율은 2년간 현행(35%)대로 유지키로 했다.

정 최고위원은 세수를 늘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야당의 ‘부자 감세’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2012년 이후에도 최고세율을 낮추지 말고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 시점에서 감세 철회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경제통 의원은 “부자 감세 정책은 시행도 하지 않았는데 이 문제를 꺼내면 오히려 야당에 정쟁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이날 “국가의 세제 정책을 놓고 하루에 오락가락 입장을 바꾸는 것은 도무지 집권 여당의 모습으로 볼 수가 없다”며 “친재벌, 친부자 정당임을 커밍아웃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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