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서민정책 갈등 ‘헌법 논쟁’으로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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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와 함께 여권이 이명박 정부 후반기의 주요 국정지표로 제시한 친(親)서민정책의 구체적 추진 방향을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 견해차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단순히 개별 정책에 대한 이견의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철학과 가치·노선의 차이에 따른 당의 정체성 문제가 이번 논란에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서민특위 vs 당 지도부 갈등

14일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무성 원내대표는 “(전날 서민정책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중점추진 과제가) 현실성이 있는지 정책위원회에서 반드시 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현실성 있는 내용도 있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될 사항도 있기 때문에 정책위에서 검토한 뒤 당론으로 확정해서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민정책특위가 준비한 정책을 ‘원안’ 그대로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반면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특위에서 구상한 정책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 ‘파격적이다’ ‘자유시장경제에 반하는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본질을 잘못 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최고위원은 “원래 자유시장을 제한하는 것이 서민정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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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쟁점이 되는 정책은 은행이 영업이익의 10% 정도를 서민대출로 전용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홍 최고위원은 “돈 많은 사람은 7%대 이자로 돈을 빌리고 돈 없는 사람은 44%까지 이자를 내야 하는 악순환과 은행이 배를 불리는 상황에서 전체 대출의 10%가 아니라 수익의 10%를 서민대출에 돌리는 것이 무리한 정책이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위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는 “금융의 자율성을 해치고 외국인투자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그런 논리는 서민정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한나라당 정체성 논란으로 연결되나

양측의 대결 논리는 헌법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홍 최고위원은 서민정책의 헌법적 근거로 경제에 관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권의 발동을 명시한 헌법 119조 2항을 인용하고 있다.

반면 당내 시장주의자들은 같은 조 1항의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대목이 더 중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홍 최고위원은 서민정책을 ‘피플-프렌들리(people-friendly)’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비판자들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고 있다. 홍 최고위원은 “서민정책을 통해서 한나라당을 부자정당에서 서민정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 친이계 의원은 “서민층에 시혜를 주는 정책이 아니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감한 중산층의 복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정치학박사)은 “서민층이 급격히 늘면서 ‘표’를 의식한 정치적 지향으로 한나라당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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