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차명계좌 발언 半은 맞고 半은 틀리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06 03:00수정 2010-09-0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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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前중수부장 “盧서거, 정말 여러 사람 살려”
“조현오 경찰청장이 검찰에 고소·고발됐지만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할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총지휘했던 이인규 변호사(52·사진)가 검찰을 떠난 지 1년여 만에 입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 청장에 대해 “조 청장의 발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하지만 차명계좌가 있다는 것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차명계좌라는 것이 뭐냐. 당시 수사과정에서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계좌들도 사실은 노 전 대통령 쪽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이니까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날 자신의 차명계좌가 수사팀에 포착된 사실을 알았다든지, 이 때문에 자살했다는 등의 조 청장의 발언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정말 (결과적으로) 여러 사람을 살렸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모두가 검찰을 공격했고 그 결과 검찰이 수세에 몰리니까 (그때부터는) 사건 관련자 가운데 그 누구도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았고 검찰에 협조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도 마찬가지였다”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미국 뉴욕의 한국식당인 강서회관 사장 곽모 씨를 통해 김 전 후보자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지만 곽 씨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여종업원을 통해서 김 전 후보자에게 돈을 건네줬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말했다. 김 전 후보자는 경남도지사 시절인 2007년 4월 출장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가 강서회관에서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곽 씨에게서 박 전 회장의 돈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또 이 변호사는 “박 전 회장이 현재 야당 중진인 모 국회의원과 고위층 인사 등에게 수만 달러를 줬다는 단서도 당시 수사과정에서 나왔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상황에서 어차피 수사를 더 진행할 수가 없어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다시 박 전 회장 관련 수사를 한다고 해도 더 밝혀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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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국회가 김태호 전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을 증인으로 채택한 뒤 청문회에 나가지 않자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선 “세상에 정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원래 인사청문회에 나가서 있는 대로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여권이고 야권이고 할 것 없이 다들 청문회에 나오지 말라고 직간접으로 설득해서 나가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고발을 하니 황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고발된 사건 조사를 위해) 검찰이 부르면 나갈 것이다. 내가 무슨 힘이 있느냐. ‘험블 로여(humble lawyer·미천한 변호사)’에 불과한데…”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검찰의 사정(司正)수사 재개 움직임에 대해서는 “모든 수사는 결국 돈줄을 밝히는 것이기에 기업에 대한 수사가 모든 수사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5일자 보도)에서는 “박연차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청와대 관저에서 두 차례 노 전 대통령과 만찬을 했고 당시 권양숙 여사가 ‘아들이 돈이 없어서 미국에서 월세를 산다’고 말한 것을 돈을 달라는 뜻으로 알았다고 수사과정에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또 나중에 미국에서 집을 사는 데 10억 원이 든다고 하니까 박 전 회장이 돈을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함께 실었다. 또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봉인된 수사기록과 관련해 이 변호사가 “영구보존이어서 30년이나 50년 후에 공개되도록 돼 있지만 결국은 10년도 안 가서 다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뒤이어 지난해 7월 대검 중수부장직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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