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불법사찰-靑인사라인 책임론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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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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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靑에 차지철 돌아왔나”… 이상득 “고발하려면 고발해라”

불법사찰 의혹과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의 책임론으로 불거진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소장파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SD) 의원 측의 내분이 증폭되고 있다. 소장파 그룹이 이 의원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려 양측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여권의 내분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이상득, “고발하려면 고발해라”

이상득 의원은 1일 국회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치인들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것 아니냐. 정치인의 말은 그냥 듣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전날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소장파 정태근 의원이 “이상득 의원이 불법사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 의원을 불법사찰의 배후로 지목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였다.

이 의원은 이어 “난 싸우기 싫다. (나를) 고발하려면 고발하라고 해라”고도 했다. 소장파 그룹과 맞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격앙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장제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정확한 근거 없이 공개석상에서 새까만 후배가 선배를 정면 공격하는 것은 패륜적”이라는 글을 올려 소장파를 정면 공격했다. 다른 의원은 “(소장파들의 주장은) 광야의 메아리”라고 깎아내렸다. 이 의원에 대한 공격에 앞장서는 3, 4명의 의원 말고는 당내에 동조자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 의원 측이 무조건 자제만 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의원 측 한 의원은 “지금 당사자(이상득 의원)가 자제하고 있으니 우리도 가만히 있지만 소장파들이 계속 해당 행위를 할 경우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대응책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소장파, ‘빅 브러더’ ‘차지철’ 거론

소장파 그룹은 연일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청와대에 (박정희 정권의 경호실장이었던) 차지철이 살아온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소장파 의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추천하고서도 인사검증 책임을 청와대에 묻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즉각 반박한 것. 정 최고위원은 “부실 인사의 책임을 의원들에게 떠넘기고 사찰을 정당화해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국회와 여당을 부정하고 협박한 것”이라며 이 말을 한 청와대 관계자의 문책을 촉구했다.

남경필 의원도 트위터에 “인사 파동과 불법사찰을 잉태시킨 ‘빅 브러더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발언이다. 반드시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썼다. 남 의원은 “(불법사찰 의혹 제기는) 권력다툼이나 주류 내 분열로 봐서는 안 되며 언젠가 불거질 문제”라고 강조했다.

○ 당내의 자제론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있다. 올해 초 정치인 사찰 의혹을 집중 제기했던 것에 비춰 보면 상당히 신중한 분위기다.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치권력은 레이저광선과 같아 갈라지면 종이 한 장도 뚫지 못하는데, 주류 내부의 일로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당사자를 만나 해결하라”고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 나선 정 의원 측을 비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상수 대표와 함께 중재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본회의장에 들어가면서 양측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임장관 소관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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