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코드인사’ 논란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감사-공보담당관 내정해 놓고 말뿐인 공모
취임준비위 출신 비서 5명 공무원 신분변경”

서울시교육청이 ‘코드 인사’로 시끄럽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사진)이 선거 캠프와 취임준비위원회, 친(親)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사 등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곽 교육감은 25일 ‘시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전날 “민주적 교육행정 구현을 위해 감사담당관과 공보담당관을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하지만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내정자가 있는데 말뿐인 공모제를 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현재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감사담당관직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병춘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들에게 경찰 소환조사 대응법을 조언해줬다.

이어 선거 캠프 대변인 출신 박상주 비서실장이 공보담당관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현 공보담당관에게 ‘지금까지 잘해 줬지만 기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언론인 출신이 낫다고 본다’며 ‘공모 절차가 끝날 때까지 한 달만 더 고생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실장은 일간지 기자 출신이다.

논란이 커지자 곽 교육감은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보담당관 내정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공보담당관은 언론인 출신으로 정할 생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3일에는 박 실장이 ‘가(5)급 지방계약직공무원’이 된 것을 비롯해 취준위 출신의 비서 5명이 ‘다(7)급 지방계약직공무원’으로 바뀌었다. 5명은 △전교조 출신 이형빈 전 이화여고 교사 △인터넷강사 출신 이범 씨 △민주당 의원 보좌관 출신 조민환 씨 △수행비서 신동진 씨 △언론특보 강재균 씨다. 시교육청 직원들조차 이들의 신분 전환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지방계약직공무원규정 5조에 따르면 시험일(서류나 면접 등) 10일 전까지 채용 공고를 내야 하지만 ‘비서는 공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본보가 입수한 ‘교육감 비서실 업무분장’에 따르면 이형빈 이범 조민환 씨는 △혁신학교추진단 구성 및 운영 방안 △학생인권 보호 방안 △선행학습 추방 캠페인 △무상급식추진단 구성 및 예산 △주민참여 예산제 등 ‘교육감 핵심공약 이행계획 추진 관련 업무’를 맡았다. 곽 교육감이 이들을 ‘시교육청의 브레인’으로 삼고 사실상 모든 핵심 정책을 이들을 통해 만들겠다는 의지를 비친 셈이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감이 교육청 직원들 대신 비서실에서 측근들 위주로 일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들이 정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입안 과정이나 예산 설립 등 배경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