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 않는 정부도, 모든일 자신하는 정부도 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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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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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 총리 어제 이임식

11일 정운찬 국무총리(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임식을 가진 뒤 청사 앞마당에서 총리실 간부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육동한 국정운영1실장이 다가가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자 정 총리와 간부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11일 정운찬 국무총리(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임식을 가진 뒤 청사 앞마당에서 총리실 간부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육동한 국정운영1실장이 다가가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자 정 총리와 간부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세종시 총리’로 불렸던 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이임식을 갖고 ‘자연인 정운찬’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9월 29일 취임한 지 10개월여 만이다.

정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 여러분과 땀과 눈물, 기쁨과 보람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취임 직후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용산 사건을 원만히 매듭지으려 노력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고 회고했다. 재임 기간에 추진했던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 △학력제한 철폐 △사회적 통합 △국가의 품격 향상을 꼽았다.

그는 또 “위대한 우리 국민의 저력이라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다”며 “저도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세대 간, 계층 간, 이념 간 갈등을 조정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에 대한 당부와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시대 경제학자의 과제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라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을 인용한 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부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정부는 나라와 국민에게 똑같이 해악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책의 기본방향을 바로 세우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은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총리는 이임사에서 세종시 수정안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날 충남 연기·공주 지역 8만3000여 가구에 보낸 인사 편지에서 “정부를 둘로 쪼개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첨단기업들이 몰려드는 경제도시로 바꿔서 충청도도 살리고 대한민국도 살리자는 것이 진정한 의도였다”고 세종시 수정안 추진의 순수성과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임식을 마친 정 총리는 관용차량(에쿠스) 대신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이기도 한 이동훈 수행비서관의 개인차량(쏘나타)을 타고 청사를 떠났다. 총리실 관계자는 “법적으로 11일 밤 12시까지 총리 신분이 유지되므로 관용차를 이용해도 되지만 이임식까지 한 만큼 깨끗하게 자리를 비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의 향후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일 총리실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사임 발표 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석좌교수 초청을 받았으나 즉답을 하지 않았으며, 당분간 쉬겠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 내정 직후 서울대 교수직을 사직했기 때문에 서울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鄭총리가 스포트라이트 받아야”
김태호내정자 사무실 출근 안해


한편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는 이날 정부중앙청사 별관의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개인 사무실로 쓰는 종로구 내수동의 한 오피스텔에 머물며 청문회 준비에 주력했다. 한 측근은 “오늘은 떠나는 정 총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날”이라며 “김 내정자가 외부에 모습을 보이면 세간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고 총리실 간부들도 이임식에 집중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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