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이어 선진연대 파문]‘친이 소장파 vs 박영준 라인’ 또 파열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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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흔들기? 선진연대 때리기? 정권초 功臣경쟁 이어 다시 술렁

■ 소장파 “우리가 뭘”

선진연대 인사개입說에 “소장파가 정보 흘려” 소문
당사자들 “전혀 상관없어”

■ 선진연대 “우리가 뭘”

“대통령 만든 죄밖에 없는데 우릴 몰아내려 파워게임
의혹 제기엔 고소 검토”

“선진국민연대를 죽이기 위해 야당과 일부 언론에 엉뚱한 정보를 흘리고 있다.”

“인사 전횡을 일삼다가 문제가 터지니 살아남기 위해 이번 사건을 여권 내 ’파워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이 여권 내에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갈등의 뇌관을 건드렸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인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선진국민연대 세력과 친이(친이명박)계 소장파그룹이 2년 만에 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7·14전당대회 및 청와대 개편과 맞물려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 격앙된 친이 소장그룹 “우리가 야당과 내통했다는 말이냐”

8일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지원 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이 KB금융그룹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한나라당 내부는 술렁거렸다. “친이계 소장그룹의 한 의원이 민주당 고위 당직자에게 관련 정보를 건네줬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 선진국민연대 진영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소장파가 조직적으로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었다.

이에 대해 당사자로 지목된 소장파 인사들은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정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권의 파워게임 논란에 대해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 의원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자신들이 무리해서 터진 민간인 사찰과 인사 전횡 문제의 본질을 덮기 위해 엉뚱하게 이번 사건을 ‘파워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6·2지방선거 패배로 여권의 위기가 커지고 있고 7·28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신들을 야당과 ‘내통’하는 분열주의자로 낙인찍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뒤따랐다.

하지만 박영준 라인에 대한 소장파 그룹의 뿌리 깊은 불신은 여전했다. 선진국민연대 핵심이었던 김대식 전 전남도지사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이 ‘정두언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같은 맥락이다. 정 의원 측은 범친이계 표와 지역적 연고가 있는 호남표를 김 전 후보에게 잠식당하고 있어 대책 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선진연대 반격 채비 “박영준에게 칼을 꽂자는 거냐”

“박 차장에게 칼을 꽂겠다는 거 아니냐. 박 차장이 어떤 전횡을 하고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 의원은) 밝혀라.”

선진국민연대에 참여했던 장제원 의원은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신은 음지에 있었고 박 차장은 전횡을 저지른 나쁜 사람이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젊은 정치인으로서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까지 했다.

선진국민연대 측 인사들은 정 의원 그룹의 대응에 박 차장뿐 아니라 이상득 의원까지 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개인의 문제가 영포회를 거쳐 다시 선진국민연대로 넘어오는 과정을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박 차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의 측근으로 통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몰아내고 친이계 소장파 그룹이 이명박 정권 후반기 정국을 주도하려는 ‘파워게임’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보고 있다. 야당이 제기한 의혹이 무리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미 해체된 선진국민연대의 옛 멤버들이 만나는 것까지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대식 후보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대통령을 만든 죄밖에 없다”며 “우리가 권력을 휘두른 게 뭐가 있냐. 공기업 감사 명단을 한번 분석해 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제기하는 선진국민연대의 인사 전횡 의혹은 과장돼 있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의 호남 대표 주자는 나”라며 “끝까지 전당대회를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은 향후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는 “무차별적으로 거론되는 인사 중 공직과 무관한 사람이 많다”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의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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