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대놓고 충돌… ‘+α ’ 2차전 예고… “불완전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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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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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개월 소용돌이가 남긴것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이 부결됨에 따라 약 10개월 동안 정치권을 강타한 소용돌이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경쟁력과 효율성을 위해 제안한 세종시 수정안이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계파가 정면충돌하는 정치 논란으로 번지면서 여당 내부 및 여야 사이에 생긴 대립과 갈등의 후유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플러스알파’를 둘러싼 정치권의 시각차는 세종시 논란이 재점화하는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정안 부결이 세종시 문제의 완전한 종결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α’ 논란 재연 가능성
稅혜택-과학벨트 원점으로
여야, 충청표 의식 불가피
차기 대선 뜨거운 감자로

친이-친박 깊은 골 확인
일각 “사실상 다른 당 아니냐”
친박 당내 주도권 잡았지만
“이대론 공멸” 위기의식 번져

○ 세종시 원안 보완 불가피

무엇보다도 세종시 원안엔 자족기능이 부족해 이를 보완할 ‘플러스알파’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정부가 세종시 원안을 추진할 당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뒤로 미룬 데다 원안에는 세종시 건설을 위한 예산 한도를 8조5000억 원으로 못 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안대로라면 예산을 더 투입하려 해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물론 세종시 원안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고치지 않고도 가능하다. 국토해양부 장관과 행복도시건설청장이 토지이용 기본구상 등 기본계획과 토지이용계획 등 개발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가령 토지이용계획에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녹지 대신 상업용지 등을 늘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플러스알파에 해당하는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을 유치하기 위해선 조세특례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또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수정안 무산에 따라 이 역시 원점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 2012년 대선에서 논란 재연 가능성

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계는 수정안이 폐기되면서 애초 수정안에 들어있던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이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 등 플러스알파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인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는 원안 고수와 함께 플러스알파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충청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추가적인 플러스알파 방안을 던질 경우 세종시 공방은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도 야당의 플러스알파 공세에 무조건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 이전에다 수정안 수준의 특혜가 추가될 경우 비(非)충청 지역의 반발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에 양면의 칼이 될 수도 있다.

○ 깊은 골 확인한 친이-친박 관계

“이제는 사실상 다른 당 아니냐.”

29일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서 표결 결과를 지켜보던 한 친이계 의원은 옆에 있던 동료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반대 버튼을 눌렀다. 여당 비주류와 야당이 연대해 국회에서 정부 여당의 핵심 정책을 좌절시키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다.

반대가 59% 29일 국회 본회의장의 현황판에 세종시 수정법안에 찬성 105명(38.18%), 반대 164명(59.64%)이라는 표결 결과가 떠 있다. 김경제 기자
반대가 59% 29일 국회 본회의장의 현황판에 세종시 수정법안에 찬성 105명(38.18%), 반대 164명(59.64%)이라는 표결 결과가 떠 있다. 김경제 기자
상당수 친이계 의원들은 결국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뿌리 깊은 불신과 대립을 세종시 수정안 좌초의 근본적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표 시절 세종시 원안에 합의해 줬던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을 당 존립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규정하고 고비 때마다 정부에 일격을 가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쌓이기 시작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세종시 국면을 거치면서 더욱 깊어져 당이 실질적 분열 국면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이번 수정안 부결로 표면적으로는 친박 진영이 당내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처뿐인 승리’라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

6·2지방선거의 패인이 양측의 갈등과 분열에 따른 심각한 민심이반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개헌과 대통령 후보 선출 등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다만 친이-친박계 내부에서 모두 “이대로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이 변수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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