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13>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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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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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억 지켜볼 대구육상대회… 남의 잔치 안되게 잘 준비할것”

김범일 대구시장은 “내년 8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를 세계지도 위에 우뚝 세우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재호 기자
김범일 대구시장은 “내년 8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를 세계지도 위에 우뚝 세우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재호 기자
《“오늘은 말 좀 해야겠어요.” 김범일 대구시장은 8일과 18일 시장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정한 듯 이렇게 말을 꺼냈다. 지방의 현실이 어떤지 중앙의 언론사들이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는 것도 지방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김 시장은 “대구는 서울과는 격차가 크지만 여전히 3대 도시로서 위상을 지키고 있다”면서도 “영남 내륙의 거점 도시인 대구의 발전과 침체는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대구를 확 키우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런저런 공약을 쏟아내지 않고 지난 4년 동안 토대를 쌓은 굵직한 사업들을 차분하게 내실을 다져 대구 브랜드를 높인다는 전략이었다.》
“2007년 세계대회 유치…지금도 가슴벅찬 기적
세계에 달구벌 알릴것”

“제조업 지방으로 오게 기업에 인센티브 줘야
국제공항 육성도 필요”

―이번 선거에 대한 소감은….


“현 정부 이전 10여 년 동안 대구는 정치적으로 많이 소외됐었다. 한나라당 집권 이후 대구가 앞장서 한나라당의 성공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널리 깔려 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만난 시민들은 몇 년 동안 대구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면서 결실을 보여 달라는 호소가 많았다. 전국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승리가 예상되면서 지지층이 5%가량 투표를 하지 않은 대신 야당 지지층은 5%가량 결집해 결국 10%가량의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본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1년 뒤로 다가왔는데….

“시설과 운영 준비가 완벽하다. 자신 있다. 국비 지원 받고 시 예산으로 기반시설을 조성하는데 적자는 안 날 것으로 확신한다. 무엇보다 ‘남의 잔치’가 안 되도록 해야 한다. 관중석이 비어 있으면 국제적 망신 아닌가. 대구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행사다. 베를린, 오사카, 헬싱키, 파리 등 기존 개최지가 모두 세계적인 도시들이다. 대구를 지구촌에 널리 알리는 게 1차 목적이지만 결국 ‘코리아’와 연결된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주최하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내년 8월 27일∼9월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213개국의 선수와 임원, 기자단 등 6000여 명이 참가하고 65억 명이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며 대구 또한 육상 불모지 아닌가.

“절대 아니다. 그동안 관심과 투자가 없었을 뿐이다. 지난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 우사인 볼트가 왔는데 유료 관람객이 무려 4만8000여 명이나 찾았다. 30여 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던 육상 100m 신기록이 나온 것도 이달 초 대구에서 열린 전국육상대회였다. 최근 2년 동안 대구스타디움에서 육상종목 한국신기록이 6개나 나왔다. 기록 경신에 대한 보상이 최근 커지면서 태릉선수촌의 육상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내년 대구대회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한국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김 시장은 양복 상의에 대회 엠블럼 배지를 달고 다닌다. 잠시도 이 대회에 대한 마음을 놓지 않겠다는 자세라고 했다. 그는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대회 유치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고 했다. 김 시장은 “지구촌에선 아직 덜 알려진 대구가 쟁쟁한 국제도시를 제치고 ‘달구벌의 꿈’을 이룬 것은 정말 가슴 벅찬 일이었다”며 “몸바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대구가 자랑스럽다’는 동아일보의 헤드라인을 보자 눈물이 핑 돌던 일이 어제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이번 지방선거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정치인은 이 문제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낙동강 살리기는 대구시민들의 숙원이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정치쟁점화하면 안 된다. 하늘에서 낙동강을 따라가며 내려다보면 완전히 버려진 강이다. 이는 그동안 낙동강에 대한 투자가 한강의 10%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구 구간(51km)의 핵심 공정인 달성보와 강정보는 절반가량 공사가 진행됐고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지금의 물 관리 기술 수준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사업이 끝나면 낙동강이 지금 한강의 모습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선동적 방식으로 중단을 요구할 게 아니라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는 게 정도(正道)라고 본다.”

―대구 경제가 특히 안 좋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스스로 책임질 부분도 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조적 격차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기업이고 사람이고 서울에서 1km라도 가까운 곳으로 가려는 속성이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제조업은 가급적 지방으로 오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에 공단을 조성하는 것은 곧 지방은 죽으라는 이야기다. 법인세를 차등화하고 상속세 혜택 등으로 지방의 기업인들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이다. 서울은 베이징과 도쿄, 뉴욕 같은 세계적인 도시와 경쟁하면서 그에 맞도록 특화된 경쟁력을 키워야 하지 않겠나. 그 다음이 공항 문제다. 수도권에 공항과 기업이 다 있으면 어느 외국인이 지방으로 오겠나. 영남권 주민이 1300만 명인데 군사공항을 빼면 국제공항이 한 곳도 없다. 이런 실정에서는 지방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김 시장은 부산시가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자는 주장을 펴는 데 대해 “그럴 분이 아닌데…”라며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섭섭하다고 덧붙였다.

―대구가 3대 도시의 자리를 인천에 내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천이 인구가 더 많아졌고 경제력도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의 위상은 사회문화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 만약 지역내총생산(GRDP)을 기준으로 하면 울산이 전국 제1의 도시가 되고 만다. 인천의 성장은 자체적인 노력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서울의 팽창 과정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다. 반면 대구는 독자적 영역을 가진 지역중심도시로서 위상과 역할을 갖고 있다.”

―4년 전 도시 활성화를 위한 많은 공약을 내세웠는데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시민들께 송구스러운 부분도 많다. 하지만 전례 없이 역동적이었다. 2006년까지 대구에는 대형 국책사업 하나 없었다. 오랫동안 ‘야당 도시’라는 낙인 때문에 엄청난 불이익을 받았다. 지금은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국가과학산업단지 등을 비롯해 내년 육상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4년 전 국비 유치는 6000억 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조 원 규모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설립 등 연구개발 분야 투자도 활발하다. 그동안 열심히 빚은 큰 그릇에 음식이 가득 담겨 시민들이 모두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앞장 설 것이다.”

―대구가 너무 보수적이어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보수적 태도는 의리와 정 같은 소중한 가치와 맞물려 있다. 보수의 정신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장점으로 역할을 하기도 했고 단점이 되기도 했다. 다만 지금은 새로운 발전을 꾀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기존의 보수적 분위기가 세계화 및 다양성과 잘 조화되고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내년 육상대회는 이런 측면에서도 대구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광복 후 산업화를 이끈 곳도 대구와 경북지역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 시장은 사실은 ‘서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지방의 명문고, 명문대 출신들이 지역대표성을 가지고 중앙에 모였는데 지금은 지방 학교가 퇴조하면서 서울 출신으로 중앙의 파워엘리트층이 채워지며 다양성을 잃어가는 게 아니냐는 것. 특히 이 때문에 지방 현실에는 더욱 둔감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인터뷰=허승호 편집국 부국장
정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약력]
△경북 예천(60세)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행정고시(12회) △대통령 행정비서관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산림청장 △대구시 정무부시장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대구시장(2006년∼현재)
■ 김범일 당선자 공약
메디컬 연구 클러스터 조성… 낙동-금호강에 물 테마파크

김범일 대구시장이 가장 역점을 둔 공약은 그동안 추진해 오던 첨단의료 복합산업단지와 국가과학 산업단지 조성 계획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첨단의료 복합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대구가 아시아 의료산업 연구개발(R&D)의 허브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는 장기 플랜이다. 의대와 대형병원이 많은 대구지역의 특성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공약은 세부적으로 △첨단의료기기 관련 기업의 투자 유치 △메디컬 국책연구기관 클러스터 조성 △통합의료센터 건립 및 의료관광산업 육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김 시장 측은 “2009∼2038년 1조5729억 원을 투자해 지역의 새로운 먹고 살거리를 만드는 게 사업목표”라고 밝혔다.

국가과학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대구를 첨단산업 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구상이다. 그동안 섬유산업 이미지로 굳어진 대구의 이미지를 시대를 이끄는 산업도시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겠다는 포석이다. 국가과학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세부 내용은 3차원(3D) 융합산업과 로봇밸리, 지능형 자동차 핵심부품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섬유산업을 첨단소재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또 2011년 열리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대구 방문의 해’ 등 문화사업과 연계하겠다고 공약했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회 기간에 대구를 찾을 해외 관광객들을 상대로 ‘글로벌 문화행사’를 만들어 지역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와 함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준비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정비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육상진흥센터 건립, 대구스타디움 진출입로 개설 등을 제시했다.

‘좋은 일자리 5만 개 창출’ 공약은 첨단의료 복합산업단지와 국가과학 산업단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2013년까지 △대형 국책과제 수행으로 1만 개 △기업 유치를 통해 2만 개 △지역기업의 증설 투자와 관련해 2만 개 등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시장은 정부의 ‘4대강 개발사업’을 ‘낙동강·금호강 살리기 사업’ 공약으로 내세웠다. 보(洑) 시설과 연계해 물 문화 테마파크 등을 만들고 명품 하천 8개를 조성한다는 계획 등이 그 골자다.

김 시장은 공약에 대해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이미 계획된 것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 많아 실현 가능성은 높지만 내용의 참신성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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