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대표 된들 대통령에 무슨 도움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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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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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초선의원 만찬 자리서 전대 불출마 입장 재확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사진)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도록 규정한 당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당청 관계가 바르게 정립될 것이 약속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대표가 돼도 역할이 별로 없을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초선인 이진복 현기환 의원 등 8명과 함께 만찬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이 “친박뿐만 아니라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도 출마를 요청하고 있다”며 불출마 의사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하자 이같이 답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세종시 문제 등에 대해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얘기했는데도 국민의 눈에는 (이 대통령과) 분란이 있는 것으로 비쳤다”며 “당 대표가 된들 대통령에게 불편만 주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한나라당이 가장 어려웠던 천막당사 시절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달라지겠다고 간곡하게 호소했다”며 “그런데 지금 또 도와달라고 말하려니 입이 안 떨어진다. 국민에게 면목이 없어 당 대표에 못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전대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친박계뿐만 아니라 일부 친이계 초선의원들에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번 전대가 당 쇄신의 무대가 되려면 기존에 거론되는 전대 주자로는 어렵고 ‘박근혜 대표’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17일 모인 ‘초선의원 쇄신모임’에선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수평적인 당과 청와대의 관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하며 초선의원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아 의원도 “쇄신에 당 화합이 중요하다”며 “이번 전대에 박 대표가 나가서 당 중심축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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