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하원도 대북결의안 냈는데 정작 우리는 싸움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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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전쟁이냐 평화냐” 공세

민주 ‘역공’
“한나라 찍으면 전쟁날수도”… 逆 안보위기론 부각 나서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26일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 날 수 있다”며 ‘전쟁론 카드’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라디오로 방송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평화세력과 전쟁세력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면서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천안함 사태보다 더 큰 불행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정부 여당을 비난했다. 정 대표는 이어 수도권 표심을 겨냥해 “수도권 주민들은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며 “남북 간 긴장 고조 행위는 수도권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한명숙 후보도 이날 밤 KBS 방송 연설에서 “지금 이 나라에는 선거가 실종되고 전쟁 선동으로 국민의 심판을 모면하려는 음모와 공작이 있을 뿐”이라며 “전쟁 위험이 있는 나라에 투자할 외국인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 측 공동 대변인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나라당 찍는 표, 우리 국민 다 죽이는 전쟁으로 돌아온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러다가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공포와 불안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엄중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야 5당과 90여 개 진보 성향 단체는 이날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천안함 사건의 선거 악용 중단’과 ‘남북 군사대결 조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야권이 이처럼 ‘전쟁론’을 강력히 제기하고 나선 배경에는 어차피 천안함 사건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소극적으로 수비만 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한나라당이 선거에 이기면 전쟁이 날 수 있다는 공격적인 주장으로 역공을 펴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정부 여당의 강경대응 때문에 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른바 ‘역(逆)안보위기론’을 부각하는 데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나라 ‘개탄’
정몽준 “천안함 정쟁 중단”… “국회 모습보면 억장 무너져”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대북결의안 채택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을 개탄하면서도 자칫 국민에게 “정치권이 국가안보 문제를 놓고 또 정쟁을 벌인다”는 인상을 심어줄까 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정몽준 대표가 이날 경기 하남시 지원유세에서 “중차대한 국가안보 문제가 국내 정치에서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시빗거리로 전락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우리 정치인들은 안보 문제를 정치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천안함과 관련해 더는 야당을 공격하지 않겠다. 민주당도 천안함 문제를 국내 정치의 정쟁 소재로 끌어들이지 말 것을 제안한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에 앞서 김무성 원내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상·하원이 대북결의안을 의결하고 인도를 비롯한 25개국이 북한 규탄 성명을 낸 마당에 (침몰사건의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북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하는 우리 국회의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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