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현장 패트롤]서울 광화문광장 사용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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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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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정치집회 반대”… 한명숙 “전시행사 그만”

오세훈 “국가상징으로 홍보”
스노보드 관광활성화 도움… 시민불편 주는 행사는 안돼

각 세우는 야당 후보들

한명숙 등 “집회 전면허용을”… 노회찬 “차도 없애고 숲 조성”


휴일인 16일 오전 10시 반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분수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가운데 가족 친구 등 시민들의 발길이 몰렸다. 사람들이 붐비면서 주변의 편의점과 음식점, 아이스크림점 등은 활기를 띠었다.

회사원 송병훈 씨(37)는 “해외 유명 도시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광화문광장은 잘 만든 것”이라며 “지난해 열린 스노보드대회에 비판도 많았지만 경직된 도시생활에서 활력을 찾게 해준 것 같아 그런 행사들이 가끔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최모 씨(64·여)는 “광장 자체는 잘 만들었지만 차나 사람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대규모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광화문광장은 조선시대 육조거리로 조성된 이후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국가권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물론이고 정치인들의 관심도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완공 이후 스케이트장 조성, 스노보드 월드컵대회 등 잦은 이벤트성 행사로 논란을 빚어왔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는 “광화문광장은 국가의 상징으로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 등 야당 후보들은 “전시행정으로 겉치레에만 집착한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여야 후보들은 광화문광장에서의 전면적인 집회 개최 허용 여부를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도시경쟁력 핵심’ vs ‘이벤트 NO!’


오 후보 측은 지난해 12월 열린 스노보드대회가 “국제적인 도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행사”라고 강조했다. 도심에서 열리는 이색 행사라 세계 30여 개국에서 중계 방송한 덕분에 서울의 진면목을 잘 홍보했고 장기적으로 관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한 후보 측은 “(당선되면) 오 시장이 벌였던 황당한 스노보드 행사나 전시성 홍보 행사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운영방식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욱 자유선진당 후보는 서울의 역사성이나 정체성을 반영하는 행사만 제한적으로 광장에서 개최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는 광장 사용을 서울시가 독점하지 말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종현 미래연합 후보는 “녹지공간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광화문광장은 공원화 되었어야 했다”며 “수도 복판에서 이벤트 행사를 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 집회 개최 여부도 팽팽

오 후보는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데 반대한다. 외국 대사관과 정부 청사 등 국가 중요 시설물이 광장과 인접해 있어 관련법 규정상 안 된다는 것. 여기에 문화와 시민 휴식이라는 광장의 본래 목적상 정치적 성격을 띤 집회는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 후보와 노 후보는 전면적으로 집회 개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후보 측은 “시민들의 의사 표현의 자유도 광장 조성의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에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 후보 측도 “집회 개최는 시민 기본권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광화문광장이라고 제한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 후보는 시민들의 행복권을 침해할 때에 한해서만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외에 광장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노 후보는 현재의 차도를 없애 트램(노면전차)을 운영하고 현 광장에는 숲을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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