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南부동산 5곳 동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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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인력 4명 추방 통보… 玄 통일 “강력 대처할 것”


13일 오전 10시경 금강산관광지구 내 현대아산 사무실에 북측 금강산관광지구 운영 기관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김광윤 국장과 정복 차림의 군인 등 20여 명이 들이닥쳤다. 현대아산과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 당국자들은 8일 명승지지도국 성명과 9일 현대아산에 대한 통지문에서 미리 밝힌 대로 남한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부동산 5건에 대한 동결조치를 단행하고 관리 인력을 추방하겠다고 알렸다.

이들은 현대아산 사무실에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관리하는 중국인(조선족) 4명은 내일 오전 10시까지 공화국 밖으로 나가라”고 통보했다. 현대아산 직원들은 “이 사람들은 금강산을 떠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사정을 호소했으나 북측은 “상부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만 말했다. 중국인 관리 인력은 14일 오전 8시 10분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하기 위해 곧바로 짐을 챙겨야 했다.

북측 인사들은 이후 현대아산 직원들과 함께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이산가족면회소로 향했다. 북한군 7, 8명이 둘러싼 가운데 명승지지도국 관계자들이 건물 주변을 돌면서 잠금장치를 일일이 확인했다.
北, 南반응 보며 관광재개 압박 수위조절 의도

열쇠 구멍-문틈에 A4 크기 ‘동결’ 딱지

민간사업자 부동산은 동결 대상에서 제외
정부 기존입장 재확인… 치열한 기싸움 예고

이들은 출입문 열쇠를 넘겨받은 뒤 열쇠구멍과 문틈에 ‘딱지’를 붙였다. 스티커는 흰색 A4용지를 비닐로 코팅한 것으로 ‘동결’이라는 검은 글자에 빨간 사선이 그어져 있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측이 부당한 조치들을 확대해 나갈 경우에는 남북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 실력행사 나선 북한


북한이 그동안 위협해온 부동산의 동결은 이처럼 시설을 폐쇄하고 남측 인원들의 출입을 당분간 금지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당국자들은 이날 낮 12시까지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온천장과 문화회관, 면세점 등을 차례로 들러 건물 출입문을 단속하고 ‘딱지’를 붙였다.

이산가족면회소 이외의 건물들은 2008년 7월 11일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 줄곧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다. 북측은 9일부터 온천장 정문에 초병들을 배치해왔다. 13일엔 이산가족면회소 정문에도 초병이 배치돼 출입통제를 하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남측에서는 현대아산 직원 5명이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를 참관했다. 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날 동결 조치에 입회하라는 북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자들은 “우리가 해줄 것은 다 해줬다. 남측 정부가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는 취지로 남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북측은 이산가족면회소 관리와 함께 다른 업무를 병행해온 현대아산 소속 한국인 직원 2명은 추방하지 않아 여지를 남겼다. 남측 정부가 관광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오면 동결을 해제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미 예고한 계약 파기와 부동산 몰수 등의 강경조치를 이행한다는 ‘단계적 조치’로 풀이된다.

○ 단호한 정부


우리 정부는 북측의 이날 조치에 유감을 표시하고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신변안전보장 제도화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동결 조치는 유감스럽다.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북측에 대한 성명 발표 등 추가적인 공식 대응은 하지 않았으나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키로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금강산을 관광하고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정도로 신변안전보장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관광을 허락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 관광 재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관광객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에 협조한다면 그 과정에서 재발방지 대책이나 신변안전보장 제도화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애타는 민간 사업자들

이번 북한의 동결 조치에 민간사업자들의 부동산은 제외됐다. 그러나 북한이 동결한 온천장 건물 1층 제이앤디헬스케어 매장과 온천장 옆 금강산코퍼레이션의 맥주공장 등 일부 민간사업자의 부동산도 덩달아 통행이 막혔다. 북측은 사업자들이 시설물 관리를 이유로 사유서를 제출하면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아산 협력업체모임인 금강산기업협의회는 14일 통일부를 방문해 북측의 이번 조치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실제적인 조치를 실행하기 시작했으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금강산관광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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