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협박으론 北 관광 재개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6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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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8일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모든 남측 부동산의 소유자와 관계자들에게 25일 금강산에 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남측이 응하지 않으면 부동산을 몰수하고 4월1일까지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 관광 사업을 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남측 관계자 19명이 금강산에 갔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정한 조사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돌려보냈습니다. 딱 15분 걸렸습니다. 우리 측 관계자들은 당분간 북한이 정한 조사 일정에 맞춰 금강산에 불려 다녀야 할 판입니다. 북한은 사업 파트너에 대한 예의나 배려라는 걸 전혀 모르나 봅니다. 이런 수준으로 국제 비즈니스가 되겠습니까.

북한은 어제 첫 부동산 조사 대상으로 관광사업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우리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를 선택했습니다. 면회소는 이산가족 상봉 확대를 위해 우리가 550억 원을 들여 지은 겁니다. 북한은 인도적 차원에서 만든 면회소를 남한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모양인데 비열한 짓입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은 남북 합의에 의해 시작된 사업으로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금강산관광지구특별법까지 만들어 공포했습니다. 현대아산은 2002년부터 50년 동안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이 남측 관계자들을 죄인처럼 오라 가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횡포입니다.

금강산관광이 왜 중단됐습니까. 2008년 7월 북한 초병이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를 사살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북한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신변 안전보장 조치를 취했으면 벌써 관광이 재개됐을 겁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관광 재개를 위해 금강산에 있는 남측 소유의 부동산과 투자 규모를 조사하겠다며 남한 정부와 기업을 협박하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은 억지와 위협으로는 남한 정부와 여론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북한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외자유치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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