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왕자씨 명복만 빌고 온 금강산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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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개성서 첫 실무회담
北 ‘3대 선결조건’ 거부

남북한은 8일 개성에서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하는 첫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열었지만 북측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북측은 이날 금강산관광 중단의 원인인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이미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우리 측은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해 박 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신변안전보장 제도 마련 등 ‘3대 조건’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북측이 ‘피격 사망 사건은 본인의 불찰에 의해 빚어진 불상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우리 입장에 호응하지 않아 회담을 끝냈다”고 밝혔다.

남측 대표단은 회담 기조발언에 앞서 박 씨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하는 취지에서 묵념을 했다. 남측은 사건에 대한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조의 표명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응하지 않았다. 다만 회담 과정에서 북측은 “금강산 관광객이 사망한 데 대해서는 어쨌든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남측은 기조발언에서 박 씨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 진상조사, 2004년 남북이 체결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의 보완, 출입체류공동위원회 설립 등을 요구했다.

반면 북측은 남측이 제기한 3대 조건이 이미 해결됐다며 금강산·개성관광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개성관광은 3월 1일, 금강산관광은 4월 1일 재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실무접촉 합의서안’까지 제시하는 등 관광 재개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북측은 또 남측의 공동조사 제의에 대해 “현장은 와서 볼 수 있다”면서도 “군사통제구역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북측은 다음 실무회담을 12일에 열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3대 조건의 해결은 박 씨 피격 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계속 제기해 온 것임에도 북측이 이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실무회담에 가져오지 않았다”며 “북측에 ‘회담 날짜보다 진전된 입장이 중요하다. 우리의 진정한 제의에 대해 곰곰이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남북은 판문점 채널을 통해 실무회담의 추후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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