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계 5029 초안대로 韓美 도상훈련 반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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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식통 ‘사실상 존재’ 시인

한국과 미국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작계·OPLAN) 5029’의 초안을 이미 마련해 수차례 도상(圖上)훈련을 반복하며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작계 5029에 대한 공식 확인을 거부해왔다.

정부 소식통은 8일 “작계 5029는 사실상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정부 내에서는 ‘작계(OPLAN)’가 아닌 ‘개념계획(CONPLAN)’으로 불린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한미 군 당국 실무자들은 작계 5029 초안을 토대로 연합 도상훈련을 하며 초안의 문제점을 수정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작계 5029에 따른 도상훈련은 수차례 하고 있지만 실제 훈련은 아직 실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상훈련은 지도 위에 주요 기관이나 군사 시설을 표시하고 실제 작전처럼 병력 장비 등을 이동시키는 훈련이다.

작계 5029는 개념계획 5029에 병력의 동원과 배치 계획 등 군사력 운용계획을 포함한 것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4년 미국 측의 주도로 추진됐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 추진이 중단됐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재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계 5029는 △북한에서의 정권교체와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북한이 보유한 핵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반군 탈취 또는 해외 유출 △북한 주민의 대규모 탈북 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북한에 체류하는 한국인에 대한 인질사태 등 5, 6가지 유형의 시나리오를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YS정부때 北지역 군사개입 조건 합의”▼
작계 5029의 근거가 되는 ‘모체(母體) 약정(Umbrella Agreement)’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 체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한미 양국은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무렵 개념계획 및 작전계획 5029의 근거가 되는 ‘모체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양국 국방부 장관은 이 약정에서 북한 지역에 군사개입을 할 수 있는 조건들에 합의했다. △남한과 북한이 군사개입을 합의했을 때 △한미 양국이 군사개입에 합의했을 때 △유엔의 군사개입 요청이나 결의가 있을 때 등 3가지로 한정했다. 또 군사개입 시 지휘권은 유엔군사령관이 아닌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미국 측은 ‘북한과 미국이 군사개입에 합의했을 경우’에도 군사개입이 가능하도록 하자고 주장했지만 한국 측이 반대해 결국 3가지로 한정했다”면서 “비록 이 약정이 한미 간에 구속력 있는 협정은 아니었지만 이후 폐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계 5029는 이 모체 약정에 근거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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