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박근혜 연일 ‘말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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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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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여론전 밀리면 끝”… 공방 이어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를 놓고 연일 날선 ‘핑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주류 진영은 뒤로 빠지며 정 대표를 엄호하는 형국이다.

정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어록을 인용하며 “전 세계가 빨리 움직이는 것을 보면 정치인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자세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을 강조하는 박 전 대표를 ‘과거지향적’이라고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전·현직 대표 간 공방의 포문을 먼저 연 것은 박 전 대표였다. 박 전 대표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나흘 전인 7일 재경 대구경북 신년 교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엄밀히 말하자면 당론을 뒤집는 것이다. 그렇게 당론을 만들어도 나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수정안 발표 다음 날인 12일엔 “국민한테 한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된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침묵을 유지하다 간헐적으로 터뜨리는 한마디로 정국을 휘어잡아온 평소 스타일과 달리 연발탄을 날린 것이다.

이에 맞서 정 대표는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중국 고사를 원용해 박 전 대표를 우회 공격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18일 “미생은 죽었지만 후에 귀감이 될 것이고 그 애인은 평생을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고 살게 될 것”이라며 반격을 가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25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정 대표 개인이 아니라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 여권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일 뿐이다. 정 대표 개인을 라이벌로 겨냥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 대표 측은 박 전 대표와 ‘같은 체급’으로 맞서 싸우는 모습이 대선주자로서의 입지 강화에 불리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한편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정보고대회에서 “부부 사이에도 신뢰가 깨지면 절대 행복할 수 없고, 가정을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하물며 정당은 유권자와의 신뢰 관계를 매개로 해 표를 찍어달라고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 여당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거세게 비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정부 세종시 수정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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