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공격헬기 사업, 예산 전액 깎여 ‘공중분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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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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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결정 7월로 또 연기
전력공백 초래 우려 높아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국방예산에서 한국형전투기(KFX)와 한국형공격헬기(KAH) 사업 예산이 모두 삭감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장기간 경제성과 기술력 논란으로 갈팡질팡해온 두 사업이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선 것이다. 이에 따라 노후한 전투기와 공격헬기 후속전력의 개발 및 배치에 차질을 빚어 전력 공백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는 KFX와 KAH 사업의 탐색개발비로 약 44억 원을 올해 국방예산에 배정했다. 군 안팎에서는 두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탐색개발은 사업의 타당성 조사로서 최종 추진 결정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됐지만 국방부는 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예산 통과를 확신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두 사업의 추진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방위사업청은 두 사업의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 1, 2월경 개최할 예정이던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7월로 다시 연기했다.

KFX 사업은 9년 전 F-5와 F-4 등 공군의 낡은 전투기를, KAH 사업은 7년 전 500MD와 AH-1S 코브라 등 육군의 노후 공격헬기를 각각 대체하기 위한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시작됐다. 2020년을 전후해 퇴역하는 낡은 전투기 300여 대와 공격헬기 140여 대의 후속전력을 적기에 개발 배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5조∼10조 원의 막대한 사업비는 물론이고 전투기와 공격헬기의 독자개발 기술력에 대한 군 안팎의 찬반 논쟁으로 두 사업은 지금까지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지금껏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KFX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무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의 의뢰로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한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가 지난해 10월 긍정적 결론을 내렸고 이명박 정부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방위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힘을 받고 있다.

KAH 사업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5조 원을 투입해 2010년까지 기동헬기(KUH), 2012년까지 공격헬기(KAH)를 각각 개발하는 한국형다목적헬기(KMH)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결정했지만 이후 기술과 예산 문제로 KMH 사업은 2005년 5조 원대의 한국형헬기(KHP) 사업으로 축소됐다. 두 사업의 추진에 찬성하는 측은 첨단항공기술의 국산화와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과 KUH의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으로 각각 KFX는 10년, KAH는 8년 안에 개발을 끝내 노후 전력을 대체하고 세계 수출시장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10년 안에 전투기와 공격헬기를 개발한 전례가 없고 개발이 늦어질 경우 사업비가 급증해 국가적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한 도박’이라는 반론도 여전하다.

군 안팎의 찬반 논란은 첨예하지만 두 사업의 추진 여부에 대한 결정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개발과 전력화 일정을 감안할 때 KFX는 늦어도 2011년, KAH는 올해에는 착수해야 하며, 그게 아니라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현 노후전력 실태를 감안해 여론 수렴과 면밀한 검토를 거쳐 두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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