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노조법… 與野政3자는 합의, 추미애-민주당은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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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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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2011년 7월 시행… 타임오프 ‘노사공통활동’ 명시
산별노조 교섭권은 사용자 동의때만 예외적으로 보장
민주 “개악”… 秋“중재안 당론 채택 안되면 與에 의사봉”

임태희-추미애 “합의”  29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3자회의에 참석한 임태희 노동부 장관(왼쪽) 옆에서 추미애 국회 환노위원장이 답답한 듯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제 기자
임태희-추미애 “합의” 29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3자회의에 참석한 임태희 노동부 장관(왼쪽) 옆에서 추미애 국회 환노위원장이 답답한 듯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제 기자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임태희 노동부 장관, 차명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은 29일 오전 3자 회담을 갖고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3자 합의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해 민주당과 추 위원장이 정면충돌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 3자 회담서 새 합의안 나와

추 위원장은 당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환노위 간사와 함께 5자 회담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이 이날 재판 일정으로 불참하면서 자연스럽게 여야 간사는 협상 테이블에서 빠졌다. 민주당이 자당 소속의 추 위원장 중재안에 대해 “당론이 아니다”라며 거부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에 민주당 간사가 빠진 3자 회담에서 합의가 빨리 이뤄졌다.

이 합의안에 따르면 복수노조는 1년 6개월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1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은 내년 7월부터 금지된다. 복수노조 시행 시기는 기존의 한나라당 안보다 1년 앞당겨졌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한나라당 안이 그대로 반영됐다.

또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을 금지하되 타임오프(time off·근로시간면제)에 해당하는 노조활동에 대해서만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타임오프의 범위는 노사관계 안정 및 발전에 직접 기여하는 노사 공통의 활동에 속해야 한다는 점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기존 한나라당의 ‘통상적 노조 관리 업무’, 추 위원장 중재안의 ‘노조 유지 및 관리활동’보다는 더 명확하게 규정됐다. 구체적인 타임오프의 상한선은 노사와 공익위원 5명씩이 참여하는 노동부 소속의 ‘근로시간면제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산별노조의 교섭권은 추 위원장의 중재안대로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교섭권이 있는 산별노조는 2012년 7월까지는 한시적으로 교섭권을 보장하도록 조정했다.

○ ‘사면초가’ 추미애 위원장

이강래 “NO”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소속인 차명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의 얘기에 거부의 손짓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강래 “NO”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소속인 차명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의 얘기에 거부의 손짓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날 오전 민주당의 의원총회에서는 같은 당 소속인 추 위원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환노위 소속인 홍영표 의원이 “추 위원장의 중재안은 민주당 발의 법안에서 크게 후퇴했다”고 정면으로 비판하자 추 위원장은 “정책의총을 열어 당론이 정해지면 중재안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정책의총을 열어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재확인했다. 그러나 추 위원장이 3자 회담에서 기존의 중재안보다 더 양보한 합의안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은 당혹스러워했다. 특히 추 위원장이 오전 의총 때 당론을 따를 것처럼 얘기했다가 임 장관과 차 의원을 따로 만나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에 분노했다.

민주당의 노동관계법을 대표 발의한 김상희 의원은 “합의안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지금보다 억누르는 개악(改惡)”이라고 비판했다. 추 위원장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에게 “중재안을 당론으로 받아주지 않으면 한나라당에 의사봉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말해 이 원내대표가 격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업별 노조는 대표노조가 되지 못해 교섭권이 없는 상황에서 산별노조에 교섭권을 준다는 것은 헌법상 기회의 평등이라는 기본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며 특혜를 주자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 법안 통과 불투명

3자 회담에서는 법안심사소위를 거치지 않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환노위에서 법안이 통과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산별노조의 교섭권 보장을 요구해 온 민주노총 관계자 20여 명 등이 이날 환노위 회의장에 몰려오자 추 위원장의 요청으로 국회 경위가 회의장 입구를 가로막았다.

추 위원장은 이날 오후 10시 환노위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추 위원장은 30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다시 소집해 3자 회담에서 합의한 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상정한 뒤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여야 합의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반대한다면 굳이 상임위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환노위를 통과하더라도 다음 단계인 법사위를 민주당 소속인 유선호 위원장이 맡고 있어 법사위의 통과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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