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따라야 공천 잘돼” 충성경쟁… 여야 극한투쟁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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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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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은 평소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30분 전쯤 의원총회를 연다. 대부분 원내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 법안 표결에 앞서 지침을 하달하는 자리다. 주요 법안에 대해선 ‘당론 찬성’ ‘당론 반대’라는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만 굳이 당론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다수 의견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장에선 의례적인 법안 찬반 토론만 있을 뿐 수백 건의 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된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지만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대다수 의원은 “당론을 결정하는 당 지도부가 차기 공천권을 쥐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번 조사는 실제로 공천과 정당충성도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출마자 평균 충성도 69.1%… 불출마자는 63%
18대 들어 경선보다 심사로 공천 ‘예스맨’ 양산
보수성향-비례대표-여당일수록 충성도 높아


○ 공천 학습 효과?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319명 중 18대 총선에 출마한 의원은 215명, 출마하지 않은 의원은 104명이다. 출마한 의원들의 소속 정당에 대한 충성도는 평균 69.1%인 반면 불출마한 의원들은 63.0%였다. 공천을 못 받아도 출마한 의원들이 있었지만 출마한 의원들은 대부분 정당 공천을 받았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정치외교학)는 “출마자와 불출마자의 정당충성도 차이는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수치”라며 “대체로 충성도가 높을수록 공천 확률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의원들이 당론 투표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충성도가 높으면 국회의원들이 당론을 충실하게 따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당론이 다른 정당끼리는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미국은 정당충성도가 높을수록 차기 선거에서 불리해진다는 조사가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라며 “한국에선 중앙당이 공천권을 쥐고 있고, 당 공천이 선거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후진적인 정당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18대 국회 공천과정에선 17대 때와 비교해 각 당의 공천심사위원회의 영향력이 셌다.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18대 국회, 17대보다 정당충성도 8.7%포인트 올라

17대 국회에 비해 18대 국회의 정당충성도는 더욱 견고해졌다. 17대 전체의 정당충성도 평균은 67.7%였지만 18대 때에는 8.7%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정당충성도가 강해지면 중도성향의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거나 냉소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김 교수는 “과거처럼 이념적으로 뒤섞인 ‘비빔밥 정당’이 사라지는 대신 비슷한 이념 성향의 정치인끼리 모이면서 각 당의 정체성이 분명해진다고 볼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이념성이 약해지는 추세인데도 정치권은 오히려 당파성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불량’ 상임위에 정당충성도 높은 의원들 많아


상임위별로는 행정안전위원회에 정당충성도가 높은 의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었다. 행안위 소속 의원들의 평균 당충성도는 83.2%였다. 이어 보건복지가족(81.2%), 농림수산식품(81.0%) 교육과학기술(79.4%), 환경노동(79.3%) 등의 순서였다. 공교롭게도 농수산위를 제외하고는 18대 국회 개원 이후 이달 9일까지 법안 처리율에서 하위권 1∼4위를 기록한 상임위에 정당충성도가 높은 의원들이 모였다. 농수산위는 법안 처리율이 1위였다.

이념성향별로는 정당충성도에 차이가 있었다. 동아일보가 18대 개원 당시 여야 국회의원을 상대로 보수, 중도보수, 중도진보, 진보 중 자신의 이념성향을 고르게 한 이념지수를 기준으로 정당충성도를 조사한 결과 중도보수 성향 의원의 충성도가 79.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진보성향 의원이 76.3%, 중도진보 성향 의원은 76.0%였다. 보수성향 의원의 정당충성도는 71.6%로 가장 낮았다. 또 비례대표(78.2%)가 지역구(76.0%)보다 상대적으로 정당충성도가 높았다. 반면 성별과 재산규모 등은 정당충성도와는 연관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한나라당 의원의 충성도 높아

정당별로는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의 충성도가 야당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충성도 상위 51명 중 41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민주당은 6명, 민주노동당이 3명이었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한 명도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배은희 강성천 김태원 의원의 충성도가 높은 반면 이한구 박순자 전여옥 의원의 충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민주당에선 김성순 양승조 김재윤 의원의 충성도가 높았으며, 조경태 강성종 박주선 의원의 충성도는 낮은 편이었다. 여야 원내사령탑인 안상수, 이강래 원내대표는 86.5%로 당충성도가 동일하게 나왔다. 거물 정치인의 정당충성도는 18대 전체 평균보다 낮게 나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73.0%, 이상득 의원은 59.5%, 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57.7%였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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