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휴가, 웃어야돼 울어야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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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직원들이 이달 중에 올해 분 휴가를 다 소진해야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청와대는 1일 정정길 대통령실장 명의로 12월 중으로 의무휴가를 모두 다녀오도록 하는 지침을 내부 인트라넷에 올렸다.

의무휴가란 휴가를 사용하지 않아도 나중에 돈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휴가로 1년에 10일씩이다. 개인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직원이 여름에 5일 정도를 썼기 때문에 나머지 5일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달 중 휴가 소진을 지시한 것은 올해부터는 연가보상 제도가 축소돼 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다 매일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격무로 피로가 누적돼 있기 때문. 따라서 의무휴가라도 모두 다녀오게 하겠다는 취지다.

다른 직장 같으면 이런 지침에 환호성을 지르겠지만 청와대 직원들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연말이라 원래 일이 많은데다 세종시 문제, 4대강 살리기 예산 처리 여부, 철도 파업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쉽게 자리를 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휴가를 한 달 안에 가야하기 때문에 직원들끼리 업무를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당연히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현재 각 수석실별로 휴가 일정을 짜고 있지만 일부에선 보고용으로만 제출하고 실제로는 가지 않겠다거나, 휴가를 2, 3일만 쓰겠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위에서 생각하는 것과 밑에서 돌아가는 현실이 참 다르다. 휴가 사용 지침이 '그림의 떡'이라고 말하는 동료들도 있다"고 전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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