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3년 유예 등 4자 절충안 나오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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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현실적 방안” 기대
민 주 “허를 찔렸다” 당혹

한나라당과 노동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30일 복수노조의 허용 시기를 3년 유예하고 노조원 1만 명 이상의 대기업에 한해서만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만든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4자 합의안은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국회에서 복수노조 금지와 노조 전임자 급여의 자율 개선을 제안하는 기자회견 직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장 위원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만나 의견을 모은 것이다.

○ 한나라당-한국노총 연대 절감한 민주당

민주당 관계자들은 “허를 찔렸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당의 한 관계자는 1일 “한국노총이 오늘 중대 발표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처음엔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대를 파기하겠다는 선언인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분열을 내심 기대했던 민주당으로선 오히려 양쪽의 굳건한 연대를 확인한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한나라당과 한국노총 간의 부적절한 주고받기”라며 “한국노총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겠지만 절차와 방법이 옳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양 노총의 한 축인 한국노총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도 어려워 난감한 표정이다.

정치권에선 4자 합의안이 사실상 한국노총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조 장악력이 약해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상대적으로 노조 장악력이 높은 민주노총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노총은 노조원 수가 적은 소규모 사업장의 비율이 높아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가 시행될 경우 노조가 사실상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의 행보는 ‘명분’보다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많다.

한나라당 환노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민주노총과 절충이 전혀 안 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이 방법 외에는 없다”면서도 “노사정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열렸다”고 말했다.

○ 환노위원장 추미애, “뭐라 말할 단계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추 위원장은 6월 국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 당시 “양 노총의 동의 없이는 상정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이 발의한 개정안 상정을 거부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민주노총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국회 의석 분포와 환노위 구성 모두 여당이 과반수여서 합의안이 상정될 경우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상정 거부로 한나라당 환노위원들로부터 해임을 요구 당했던 추 위원장은 또다시 상정을 거부하기도 어렵지만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의 반발을 무시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추 위원장은 “한나라당에서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아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만큼 앞서서 뭐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향후 노정 간 협상 추이와 양 노총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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