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에 밝고 논리가 정연하며 필체가 아주 유려한 사람입니다. 말이 없이 조용하고 술도 거의 안 마십니다. 남북 협상이나 회담에 많이 참여했지만 일절 행사장이나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관리하고 전략을 짜는 역할을 합니다.”
원 부부장은 올해 8월 김대중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 조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했을 때도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조용히 수행했다. 조문단이 8월 23일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했을 때 원 부부장은 뒷자리에 앉아 대화 내용을 수첩에 깨알같이 기록했다.
원 부부장의 성격은 전임자인 최승철 전 부부장과 정반대다. 최 전 부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대남사업의 실무 책임을 맡았다. 그는 성격이 화통하고 말이 많으며 술을 좋아하는 두주불사(斗酒不辭) 형이었다. 남북 간 행사의 전면에 나서 좌중의 시선을 끌었다.
한 대북지원단체 대표는 “최 전 부부장은 남측 인사들이 정당한 요구를 하면 일단 ‘해 봅시다’라고 약속을 한 뒤 윗선을 설득해 밀어붙였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활성화된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 전 부부장은 서울 방문 때 과음을 하거나 언행에 실수가 있었고 이것이 결국 지난해 철직(撤職)의 명분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화통한 최 전 부부장보다 꼼꼼한 원 부부장이 더 상대하기 어려운 협상 파트너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원 부부장은 전임자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측에 틈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양측은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을 놓고 최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당국자는 “학자풍인 원 부부장은 권모술수나 정치적 행동에는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며 “남측 대표가 원 부부장과 술자리가 아닌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아 진정한 자세로 토론을 벌인다면 의외로 말이 제대로 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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