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면돌파 부담… 시정연설서 우회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 세종시 대응수위 고민

친박 없인 법안통과 불투명
국민여론 업고 설득 나설 듯
대통령 대국민 담화도 거론


청와대는 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을 거듭 비판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공식 언급을 삼갔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전권을 맡긴 때문이기도 하지만 섣부른 대응이 자칫 여권 내 파열음으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 총리가 2일 대독할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도 세종시 관련 언급은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결국 정면 돌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 “포항에선 허허벌판에 포항제철을 만들고, 아무 것도 없는 구미에서도 전자단지를 새로 유치했다. 세종시에도 그런 걸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한 데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청와대 차원의 공식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홍보라인의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는 세종시를 포함하지 않지만 다른 식으로 언급을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대응 수위다. 최근 일반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세종시 원안 고수보다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이번 사안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쟁점이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야당의 반대와 함께 50여 명의 친박(친박근혜)계가 일제히 세종시법 수정안에 반대할 경우 법안 통과 자체가 어려워진다. 더욱이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로 한나라당의 내분이 격해지면 여권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번 재·보궐선거도 박 전 대표가 힘을 실어줬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박 전 대표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최대한 앞세워 박 전 대표 측을 압박하는 동시에 주호영 특임장관 등 정무라인을 총동원해 친박계 설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종시 원안 수정의 당위성을 호소하는 방안도 막판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의 복안이 세종시의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게 아니라 자족기능을 대거 확충해 도시다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인 만큼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무라인의 다른 참모는 “논란이 격화되면 자칫 세종시에 뭘 갖다 줘도 무조건 정부부처 이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식의 감정싸움에 빠져들 수 있다”며 “어느 방안이 충청도민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