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위해 北인권 포기’ 킹에겐 어림없다?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신임 北인권특사 로버트 킹
유대인 출신 원칙론자 정평
6자회담서 인권 거론할수도

지난달 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해 본격적인 북한인권 관련 활동 개시를 알렸다. 전임 제이 레프코위츠 특사가 물러난 뒤 9개월간 공석으로 있다가 새 주인을 맞은 특사실도 본격적인 대북인권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인준청문 절차가 남아 있지만 25년간 의회에서 근무했던 킹 후보자의 인준 통과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04년 북한인권법에 따라 만들어진 북한인권특사의 공식 임무는 ‘북한 주민들의 근본적인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그 같은 활동을 조정’하는 것. 국무부 당국자는 “킹 후보자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팀의 일원으로 활동할 것이며 국무부 내 인권국, 동아시아태평양 국가와도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무부 한국과(課)와의 업무 협조는 물론이고 현재 대북제재 전담반을 이끌고 있는 필립 골드버그 조정관과도 유기적인 연계 속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는 킹 후보자의 역할이 향후 북-미 양자대화, 한국 정부의 대북인권정책, 6자회담 속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라는 다차원 방정식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가 역할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 여부는 부처 간 및 국무부 내 파워게임 속에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6자회담 내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인권문제를 6자회담의 ‘걸림돌’로 생각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실제로 킹 후보자는 미국의 대북(對北) 양자대화 의지 표명에도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원칙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옳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의회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킹 후보자는 헝가리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홀로코스트의 참상과 인권유린을 경험한 톰 랜토스 의원의 수석보좌관으로 20년 이상을 활동하면서 인권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인권 문제가 핵협상을 위해 양보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북한인권조직들도 새로운 인권특사의 지명이 대북인권활동을 크게 강화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대 북한인권운동 조직인 북한자유연대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제8회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서울에서 열기로 일찌감치 확정하는 등 지평을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비정부 북한인권운동의 또 다른 축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도 “미국과 북한의 핵협상이 북한 인권에 눈을 감는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며 대규모 행사를 계획 중이다. 척 다운스 HRNK 사무총장은 “탈북자들의 증언과 북한인권 활동가들의 전언 등을 통해 인권유린 참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할 수 있는 학술회의 및 저술 출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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