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작가 예융례, 대륙서 판매금지된 北고발 서적 홍콩서 재출간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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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항의는 제 얼굴보고 거울깨는 유치한 행동”

2주간 北방문한 다큐서적
中서도 폭발적 관심 끌어

중국 유명 작가가 북한의 실상에 대해 쓴 책이 홍콩에서 다시 출판된다. 이 책은 지난해 중국 대륙에서 출판된 뒤 북한의 외교적 항의를 받고 판매가 금지됐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1급 작가 예융례(葉永烈·69·사진) 씨가 홍콩에서 ‘조선의 비밀을 해부한다(解密朝鮮)’ 무삭제판을 곧 출간할 예정이라고 홍콩 야저우(亞洲)주간이 최신호에서 전했다. 이 책은 지난해 ‘조선의 진실(眞實的朝鮮)’이란 이름으로 중국 대륙에서 출판됐으나 곧 판매 금지됐다.

예 씨는 젊은 시절 과학을 주제로 글을 썼다. 그가 1960년 20세 때 내놓은 어린이 과학도서 ‘10만 개의 왜(十萬R爲什요)’는 최근까지 무려 1억 권이 넘게 팔렸다. 중년 이후 마오쩌둥(毛澤東) 등 중국 정치가들의 인물전기나 다큐멘터리, 기행문을 주로 쓰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초 ‘조선의 진실’을 내놓았다. 오랫동안 준비한 자료와 2006년 2주간에 걸친 북한 방문을 버무린 일종의 기록물이다. 출판 과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중국 선전부의 검열 끝에 원고의 상당량이 삭제되는 아픔을 겪었다. 민감한 부분은 대부분 삭제됐다. 북한이 미국을 원수로 여기는 실제 내막과 중국이 처음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최를 신청했을 때 북한이 반대해 무산됐다는 설의 사실 여부 등이다.

하지만 반향은 컸다. 중국 3대 인터넷 포털이 이 책을 전재했다. 써우후(搜狐)에 소개된 내용은 모두 300만 명이 클릭했다. 베이징 런민(人民)라디오는 책 내용을 시리즈로 소개했다. 결국 출판한 지 석 달 만에 중국 정부는 북한 당국의 항의를 받고 이 책의 판매를 금지했다.

예 씨는 “이 책은 사실을 기록했을 뿐 해설은 별로 없다”며 “북한 당국의 행동은 ‘곰보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본 뒤 화가 나 거울을 깨는 것’과 같은 유치한 행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중국 정부도 비판했다. 예 씨는 “중국 선전부가 마치 북한 선전부의 대변인처럼 일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해 중국 정부의 태도가 너무 연약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이 책은 후폭풍을 낳았다. 최근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다큐멘터리인 상하이TV 산하 지스(紀實)채널의 ‘현장목격 조선(直擊朝鮮)’ 프로그램은 이 책을 기반으로 취재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 방송 이후 북한 당국의 항의로 상하이TV 경영진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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